독자투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미화원3: “아이 참 미안해서”
미화원1: “부끄러워서 어떻게 먹어, 소장님 앞에서”
미화원2: “어려워요”
소장: “뭐가 어려우세요?”
미화원2: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어렵죠”
미화아주머니들께 점심을 사드리겠다고 하니까 이렇게 어려워하셨다.
소장: “일단 얼마나 부끄러워하시는지 먹으면서 제가 자세히 봐야 되겠네요, 허허허!”
미화원1: “제가 보기보단 엄청 부끄러워해요, 말만 이러죠. 소장님이 말을 받아주시니까 그렇지, 소장님이 무게 잡고 안 받아주시면 많이 불편하죠. 순순히 받아주시니까 심적으로 한결 편하죠”
나는 평소 아주머니들의 농담을 잘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도 관리소장인 나를 가볍게 여기는 분은 없었다. 식당에 가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주문했다.
소장: “아주머니들이 잘해주시니까 제가 칭찬받잖아요. 그래서 제가 감사하는 마음에서 오늘 사드리는 겁니다”
미화원3: “정말요?”
소장: “예, 허허허!”
미화원4: “소장님이 주민 편에 서서 열심히 하시잖아. 너무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 난 그걸 느꼈어”
미화원1: “저는 여기가 처음이에요. 시골 화성서 농사를 많이 지었어요. 이제 6개월째 접어들어요. 저는 농사를 해봤으니까 인내력이 있죠. 땅덩어리 놀릴 수가 없으니까, 밭에서 땀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담배농사를 지었는데, 담배농사를 하면 옷이고 뭐고 다 더러워져요. 힘든 농사를 해봤기 때문에 ‘계단에서 땀 흘리는 것쯤이야’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견디는 거야. 10년간 놀다가 나이는 또 먹어가면서 청소를 하니까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 좀 나아졌어요. 몸에 배이니까 이제 좀 괜찮아요. 처음엔 온몸이 아팠어요. 여기 와서 일하면서 3㎏ 빠졌어요. 이제 아프지는 않아.”
가장 활달한 미화원1 아주머니가 된장찌개를 다 드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소장: “어떤 데는 밥을 해서 드시는 데도 있더라고요”
미화원2: “그런 데도 있는데 우리는 도시락 싸와서 먹는 게 더 편해요”
미화원3: “밥을 해먹는 데는 회사에서 쌀을 사주고 그러나봐!”
소장: “용역회사에서 쌀을 사주는 데는 없는데요?”
미화원4: “거긴 직영이잖아!”
소장: “맞아요. 직영일 경우에는 쌀을 사주기도 하죠. 그럼 여기도 직영으로 바꿔야 되겠네요?”
미화원1: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처음 와서 봤던 상태보다 지금의 청소 상태는 매우 많이 좋아졌다.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해주신 덕분이다. 나는 이곳에 와서 수시로 순찰을 했다. 아주머니들은 매일 돌아다니는 나를 봤고, 어쩌다 마주쳐서 인사를 하게 되면 아주머니들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셨다.
아주머니들은 내가 청소 상태를 확인하고 다니는 것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꼭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청소 상태가 자동적으로 향상됐고 나는 입주민들의 칭찬을 받고 있다.
사실 내가 미화아주머니들께 식사 대접을 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뜻하지 않게 청소 상태 향상이란 공로로 입주민들에게 칭찬을 받아보는 것도 여기가 처음이다.
나의 최초의 오찬이 조금이나마 아주머니들이 일하시는데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