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여하튼 사랑도, 욕망도, 순결도, 질투도, 고백도, 맹세도, 영원도 있는 장미는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좋아하나 보다.
곡성의 장미공원에 와서는 무지개가 아름답다고 말한 지난날이 얼마나 잘못된 말인지를 깨닫는다.
수천만 송이의 장미가 일곱 빛깔로 빛나는 이 곡성에서는 별이 아름답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아름다운 우주의 원리라는 피보나치수열을 잎이며 꽃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꽃잎이 햇빛을 가장 잘 받을 수 있고, 최소 공간에 최대의 잎이나 꽃잎이 존재하도록 설계된 피보나치수열.
소나무에 매달린 솔방울도, 해를 따라 도는 해바라기의 씨앗도 어떻게 피보나치수열을 알았을까. 그래서 일찍이 갈릴레오는 ‘자연은 신이 쓴 수학책’이라고 했나 보다.   
위대한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가는 저 여인, 사랑 고백을 받은 것일까, 사랑 고백을 하러 가는 것일까.
오승근의 ‘장미꽃 한송이’다
고운 꽃 한송이 숨어 있었네/ 그대 같은 사람 보질 못했네/ 햇볕에 가려진 저 그늘 속에서 생명 꽃 피었네/ 내가 마음 바쳐 사랑할 수 있도록/ 그대 줄기 위에 한 몸 되어서 그대 사랑으로 피고 싶어라/ 내 사랑 내 사랑 받아주오/ 장미꽃 한 송이.

날씨가 무더운데 그대 사랑으로 피고 싶은 장미꽃 같은 사람이 쌍쌍이 한 몸 되어서 걸어간다.
모든 사물의 끝은 허공인데 그 끝이 허공이 아닌 것이 있으니 꽃이라고 서정주가 말했던가.
김춘수의 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부르며 그의 꽃이 된 사람들이 레일바이크를 많이도 탄다. 두 송이의 붉은 장미로 네 송이의 하얀 장미로…. 
섬진강 기차는 형형색색 무더기로 장미를 닮은 사람을 싣고 달리고.
일곱 빛깔의 장미꽃 수천만 송이의 향기를 훔쳐서 저만치 달아나는 바람, 지명수배를 내려도 아직도 잡히지 않는 저 놈의 바람을 잡으려고, 나도 레일바이크를 급하게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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