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주택은 개인의 재산이자 가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동시에 주택은 교육, 식품 등과 같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사회재 혹은 집합재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아울러 주택은 위치가 고정돼 있다. 일반 재화는 지역 간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하다. 즉 수출입이 가능한 반면 주택은 완제품으로서 지역 간, 국가 간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택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라는 입지요소가 필수적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시장경제하의 주택하위시장(housing submarket)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단일의 거대한 주택시장이 존재하기보다 다양한 하위시장이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택 위치의 고정성으로 지역별 하위시장이 형성된다. 서울의 경우 강북과 강남의 주택하위시장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강남의 주택가격이 강북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아울러 주택은 그 형태가 다양해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다양하게 구분된다. 주택의 형태별 하위시장인 아파트 시장과 단독주택 시장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주택의 점유형태에 따라 자가주택시장과 임대주택시장으로 구분된다. 임대주택도 민간임대주택시장과 공공임대주택시장으로 나뉜다. 이러한 다양한 주택하위시장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주택시장동향을 분석하고 향후 주택정책프로그램을 개발하기란 매우 비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주택하위시장 개념을 이해하고 분석적인 접근을 통해서만 주택의 가격동향, 주택의 거래상태, 아울러 미래의 주택경기분석 등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주택정책도 이러한 주택하위시장 개념을 바탕으로 정부의 시장개입과 ‘지원 혹은 규제’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주택의 하위시장 개념 파악과 주택정책은 상호 매우 밀접한 연관을 지니는 동시에 주택정책당국자는 이러한 하위시장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주택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주택공급 확대이고 다른 하나는 주택투기 예방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주택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주택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장 상황 하에서 주택가격폭등과 주택의 투기적 수요가 만연하게 됐다. 그런데 1998년 IMF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상황을 맞이하면서 경기활성화라는 정책목표달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날의 주택정책의 한계와 향후 주택정책의 방향설정을 위해 몇 가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정리해본다. 첫째, 주택시장은 단일시장이 아닌 여러 개의 하위시장으로 구분된다. 지난날의 우리나라 주택정책프로그램은 주택시장을 단일시장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책을 실시한 측면이 있다. 단일 주택시장 가정 하에서의 주택정책프로그램은 주택하위시장 단위에서는 많은 문제와 편차를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자가주택이 많은 지역과 임대주택이 많은 지역 간에는 동일한 주택프로그램으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아울러 이러한 단일시장개념에서 출발하는 정책은 일관성, 지역성, 차별성이라는 주택정책의 핵심요소를 유지하기 어렵다. 즉 주택정책의 수립에 있어 주택하위시장 단위의 목표를 수립하고 집행함으로써 정책의 획일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차별화되고 공정한 정책 실현이 가능해진다. 둘째, 주택하위시장의 구분과 범위 등 매우 구체적인 시장 분석의 토대 위에 정책 수립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책의 지역화 또는 분권화가 필요하다. 주택은 위치의 고정성 및 지역 간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재화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주택정책은 분권화가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행정구역단위가 아닌 하위주택시장이 형성되는 지역(권역)을 중심으로 정책내용을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지방자치적 요소와 주택정책거버넌스(governance)를 구현해야 한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중앙정부는 전국적으로 실시돼야 할 조세, 금융·재정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개별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역 내 주택하위시장의 특성에 부응하는 다양한 주택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것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이러한 주택정책의 분권화, 지방화 및 주택거버넌스의 철학과 비전 없이 주택정책프로그램을 유지할 경우 정책목표의 달성은 난관에 직면하게 되며 동시에 국민의 주거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택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현은 주택하위시장의 이해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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