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향기의 계절이라 한다.
국도의 눈부신 하얀 찔레꽃을 보며 북천으로 간다.
북천의 직전마을 앞 5만평에는 양귀비꽃이 물결을 이룬다.
‘꽃 천지 하동 북천! 꽃 양귀비로 물들다’란 슬로건으로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가을 코스모스축제를 하는 자리에 마약 성분이 없는 관상용 꽃 양귀비를 우선 선보이나 보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빨강은 위안을, 흰색은 망각을, 자주색은 허영을 나타낸다는 꽃말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이다.
양귀비 꽃향기에 취하며 현종과 양귀비를 잠시 생각해본다.
세상 남자의 눈을 멀게 한 절세미녀 양귀비, 천하를 뒤흔든 경국지색의 꽃으로 태어난 양옥환, 며느리로 살기엔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시아버지의 품 속을 뒹굴다간 여인, 23살의 양귀비는 60살의 현종의 여자,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으로 38살에 이승을 하직한 양귀비.
개양귀비 꽃말처럼 덧없는 사랑이여.
오늘 일정이 많아 양귀비 꽃물에 젖은 채 하동 야생차문화축제장으로 간다.
‘뷰티풀 별천지, 원더풀 야생차 하동! 세계로 나아간다’란 슬로건으로 올해가 20회란다. 청정 지리산과 은빛 섬진강을 거느리고, 봄날의 유혹으로 찻잔에다 향기로 수를 놓는 야생차.
저 위쪽의 칠불사에서는 선차의 학술발표회가 차의 향기를 더하고, 최참판댁에서는 토지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가 인간의 향기를 더한다.
찻잔이 비워질수록 향기를 더하니, 텅 비우면 두루 갖춘다는 무일물중무진장(無一物中無盡藏)이 원더풀 야생차인가 보다.
그 많은 차의 예절이 있어 차의 향기가 이토록 심오한지도 모르겠다.
야보선사의 금강경송에, ‘대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 달이 물 밑을 뚫어도 물 위에 흔적조차 없네’란 말이 녹차의 저 흔적 없는 향기인지도 모르리라.
발버둥치는 속세에 차의 향기가 있어 아름답다고 외치며 곡성으로 간다. 곡성은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사건을 다룬 영화 곡성(哭聲)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곡성이 초청되기도 했으며, 누적관객이 500만을 향해 가고 있단다.
섬진강 기차마을 1004장미공원이다. 6회째를 맞이하는 세계장미축제란다. 향기광장에는 향기가, 사랑의 광장에는 사랑이, 꿈의 광장에는 꿈들이 펼쳐진다. 장미축제의 주제가 향기, 사랑, 꿈이다.
부제로 ‘수천만 송이 세계명품장미, 그 동화나라 속으로’이다.
치치뿌뿌 기차놀이터 옆에는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로, 이곳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큐피트의 화살인양 장미꽃 한송이를 준다. 장미의 색깔이 참으로 다양하다.
누가 색깔별로 꽃말을 만들었을까.
빨간 장미는 사랑이요 욕망이며, 하얀 장미는 존경이며 순결이다. 분홍장미는 맹세요, 노란 장미는 질투다. 주황장미는 수줍은 첫사랑의 고백이며, 검정장미는 당신은 영원한 나의 것이란다. 보라색 장미는 영원한 사랑이기도 하고 불완전한 사랑이기도 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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