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박 방 님 관리사무소장
광주시 서구 금호2차 진흥더루벤스

 

 

며칠 전 동료 여 소장들 8명이 큰 맘 먹고 신안 증도의 바닷가 리조트로 하룻밤 나들이를 다녀왔다.
3년 전 첫 나들이 때는 저녁식사 후 모두 릴레이식으로 돌아가며 ‘연리지’ 시 낭송도 하고 핸드폰에 녹음된 각자의 맛깔스런 시 낭송을 들으며 깔깔대고~, 바닷가를 거닐며 추억을 쌓으며 매년 한번씩 이런 기회를 갖자고 다짐했지만 그후 3년 만에 두 번째 나들이를 나선 것이다.
모처럼 나선 나들이니 업무를 잊고 즐겨야 하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모두 동일한 업무 스트레스 탓인지 대화의 안줏거리는 결국 힘든 관리업무로 귀결된다.
“요즘 지나친 과태료와 벌금을 맞은 관리사무소가 많다고 하니 큰 잘못도  없이 가슴 졸이는 직업이 됐네요. 다른 직종을 알아보고 싶지만 쉽지 않고. 이런저런 교육을 받다보면 죄진 것도 없이 이것저것 트집 잡혀 형무소 갈 것 같아요. 요즘 관리업무에 관한 규제들이 너무 지나쳐요”하며 한 사람이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해부터 종전에 없었던 외부회계감사 의무 규정으로 회계감사비가 관리비에 증가됐듯, 관리비 부가세 납부, 16층 이하 아파트 소방검사 의무화, 장기수선충당금 요율 부과와 집행, 재활용품 판매수익까지 부가세 신고를 안 하면 큰 잘못도 아닌데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하니 관리비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배경 설명을 하면 입주민들은 이런저런 사항들을 듣고 결국은 “정부에서 서민들에게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세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화를 내며 관리사무소에는 더 이상 항의를 않더군요”라는 말을 한다.
이런저런 업무상 어려움들을 듣다보면 적잖은 나이에도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신뢰하고 배려해주는 단지이지만, 내 나이가 68세로 소장직을 오래 하지 않아도 될 나이임이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힘든 직업이지만 지금 과도기이니 그래도 꾸준히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다 보면 여러 사안들이 정리되고 정착될 날들이 올 터이니 너무 비관하거나 염려하지 말자” 서로 다독거린다.
모처럼 나들이에 우울한 이야기를 벗어나고자 가져온 아코디언 연주를 하며 합창으로 노래를 부른다.
등대지기, 들장미, 갈대의 순정, 목포의 눈물, 에델바이스 등….
교회 권사인 한 소장이 “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으로 슈베르트의 들장미를 불러본다며 이런 노래들을 실로 오랜만에 불러 보는 것 같다”는 소리에 모두 박장대소하며 내년에도 이렇게 함께 오자 서로 다짐한다.
과연 내년에도 이렇게 와질까?
전번과 같이 한 삼년 걸리면 그땐 노(老) 소장인 난 집에서 쉴 시기인데 함께 올 수 있을까? 그때도 지금처럼 건강할까? 그땐 뭘 하며 지내고 있을까? 등 소리 없는 상념들이 바닷바람과 함께 가슴에 파고든다. 어쩜 내 인생에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가며 눈길은 봄바람에 잔잔하게 출렁이는 파도를 향한다.
하룻밤의 동료 소장들과의 일탈은 노(老) 여소장의 업무에 즐거운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
바닷바람과 유채꽃, 갯벌염전, 돌아오는 길에 소금박물관 매장에 들르면 꼭 계피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오라는 막내아들의 말이 생각나 동료 소장들과 계피아이스크림을 들며 하룻밤 멋진 봄나들이의  행복한 추억여행을 가슴에 새기며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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