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신비한 기암괴석과 금오 숲 아찔한 벼랑길의 절경에 바다마저 숲이 되다.

 

기암절벽이 길을 만들다

지붕 높이까지 쌓은 마을의 돌담은 송악이며 인동덩굴, 으름덩굴로 골목을 덧칠한다. 돌담의 작은 창을 통해 바깥풍경과 함께 마당으로 바람도 들이니 함구미항에서 올라가는 마을의 경사진 밭에서 채취하는 향긋한 방풍나물 냄새가 난다.
금오도는 조선시대만 해도 궁궐 건축의 목재인 황장목으로 불리는 소나무의 벌채를 금해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봉산이었다. 또한 왕궁에서 사용하는 벌목장과 사슴목장 등이 위치하고 있어 숲과 자연이 비밀스럽게 남아있다. 마을마다 포구의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해변의 바람을 막아준다. 포구의 거대한 소나무들을 보노라면 섬이라는 작은 개념이 사라진다.

▲ 아찔한 벼랑길-신선대

금오도는 물론 작은 섬은 아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면적 27㎢, 해안선 길이 64.5km로 우리나라에서 21번째 큰 섬이다. 기후는 대체로 따뜻하며 비가 많은 해양성기후로 숲이 발달하기 좋은 여건이다. 숲은 교목과 관목, 초목이 어우러져 골마다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와 새소리로 활발히 살아있는 숲길임을 말해준다.
금오도의 섬마을들은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면 마치 골 깊은 산골마을 같다. 금오도 비렁길은 서쪽의 절벽과 절벽사이 만과 곶이 발달한 포구의 마을 주민들이 땔감과 낚시를 위해 다니던 길로, 까마득한 해안절벽의 산길로 연결된다. 
강원도 정선의 사람들이 동강을 둘러친 기암절벽을 ‘뼝창’이라고 부르듯 ‘비렁’은 절벽을 뜻하는 여수의 사투리다. 어두컴컴한 숲길도 지나고 야생화가 핀 상큼한 관목의 숲길도 지난다.
귀여운 하트모양의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갈마가지나무, 꽃처럼 붉은 새순으로 치장한 예덕나무 군락지, 수백 년 된 비자나무도 그 길에 있다. 숲과 어우러져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해 만든 길이다. 그 길을 걸으면 숲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공기로 인해 몸이 스스로 경쾌해짐을 느낀다. 살아있는 숲이다. 6월의 울릉도 푸른 산길에서 느꼈던 싱그러운 바람을 오래간만에 이곳에서 느껴본다.

▲ 직포의 방풍나물과 포구

숲 길의 전망 좋은 바위능선에서는 개도, 사도, 돌산도 등 여수의 섬들도 조망한다. 쇠돌고래인 상괭이가 물속에서 놀다 잠시 자취를 감추는 푸른 바다가 절벽 밑으로 보인다. 600년이나 된 두모리의 직포소나무는 “송림의 동쪽에 있는 옥녀봉에서 선녀들이 달밤에 베를 짜다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닷가로 목욕하러 와서, 날이 새는 줄 모르고 놀다가 승천하지 못한 선녀들이 소나무로 변했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직포마을이다.
직포는 옥녀봉으로 가는 아름다운 동백숲을 지나는 3구간의 시작점이다. 비렁의 소나무는 단단히 바위에 뿌리를 박고 가지들은 바다를 닮아 짙푸르다. 해거름의 어둠 같은 빽빽한 동백나무 숲길은 떨어진 동백꽃잎이 붉게 숲을 밝힌다.

▲ 여수 앞바다

비렁길은 중생대 백악기 화성암인 중성 화산암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용두바위, 굴등전망대, 촛대바위, 갈바람통, 사다리통전망대 등 차별 침식으로 생긴 바위 봉우리 곳곳을 지난다. 서쪽에 솟아 있는 섬의 최고봉인 매봉산(382m) 아래 함구미 마을에서 출발해 두포, 직포, 옥녀봉(261m)을 거쳐 학동, 심포, 장지마을까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최단 시간의 길이다.
5코스로 나누며 총 18.5km로 8시간 정도 걸린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비렁길 코스는 각 두 시간여가 걸리니 마을의 포구는 비렁길의 시작과 끝이다.
금오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방풍 자장면, 방풍 서대회무침, 방풍해물파전 등 각종 특산물들을 맛보며 쉬어가듯 걸어도 좋다. 바다가 있고 숲이 있어 충분한 휴식의 쉼터다. 직포나 함구미를 오가는 배를 타면 비렁길 1, 2코스를 지나지 않고 바다에서 비렁길의 깎아지른듯한 절벽과 기암괴석들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성 영  여행객원기자
laddersy@hanmail.net

 

-배편 예약(가보고싶은섬)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여수시 교동)
신기선착장(여수시 돌산읍)
백야선착장(여수시 화정면)
-금오도 교통
남면버스 : 뱃시간에 맞춰 운행 / 061)665-9544 (011-616-9544)
남면택시 : 061)666-26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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