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70>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시인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고 존재의 의미를 이름 있음과 없음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준 후에야 의미 없는 몸짓이 잊히지 않는 눈짓이 된다는 것이지요.

1. 이름이 불리지 않은 수많은 꽃들


사람이 태어나 이름을 가지면 누군가의 가족이 되고 학교에서는 누군가의 동문이 되며 창업을 하면 사장이 되고 취업을 하면 어느 회사의 직원이 됩니다. 태어나는 것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이후에는 노력과 몇 가지 조건에 의해 나만의 이름을 갖게 되고 그 이름으로 존재하기 위해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선택, 약 2만 종류의 직업 중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하는 선택, 어떤 남자 또는 어떤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선택 등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되고 선택의 결과는 모두 본인의 책임이 됩니다. 또 모두들 Spec을 갖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스팩이란 설명서, 시방서라는 뜻이니 내가 가진 능력의 사용설명서로서 나를 선택해 달라는 요청서인 셈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스팩을 갖춰도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그냥 사람이고 주택관리사일 뿐입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2. 잊히지 않는 눈짓이 되려면?


화초 중 난(蘭 )의 품종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 나라는 중국과 일본입니다. 하나의 품종으로 분류돼 이름을 가지려면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안정성입니다. 엽예품은 동일한 무늬가, 화예품은 동일한 색깔과 모양의 꽃으로 안정돼 있을 때 자기이름을 갖게 됩니다. 즉 ‘한결같음’이 필수조건입니다. 문제는 누구나 그 품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므로 한결같되 달라야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결같음이 없는 다름은 이미 이름이 아닙니다. 관리는 알파고처럼 오직 가장 최선인 하나의 결론만 내는 것이 아니어서 차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관리소장으로서는 더욱 한결같음을 필수 스팩으로 갖추고 다름만을 강요하는 경우에는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잊히지 않는 눈짓으로 남기 위해 다름을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3. 불린 이름은 권리인가?


매년 수십만 개의 잣을 만드는 잣나무의 잣이 적게 열리면 재배방법을 바꾸거나 새로운 품종으로 교체합니다. 매년 1,000명 이상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도 판사는 3,214명, 검사는 2,292명이 정원이니 변호사가 공무원 되기는 더 어려워 졌고, 남자들이 군대에 갔다 오는 동안 여자들은 임용고시에 올-인한 결과 남자교사가 너무 적은데도 군가산점을 안준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으며 매년 주택관리사는 2,000명 이상 배출되나 아파트 단지는 100여 개가 늘어날 뿐이라 취업적체 등이 심각하다며 공동주택관리법은 자격시험에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시험공부 잘하는 사람이 꼭 우수한 관리소장이 아님은 경험상으로도 알 수 있고, 변호사시험도 교사임용 시험도 여자들의 합격률이 높은데 주택관리사라고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  더 우수한 사람이 관리소장이 될 터인데 괜한 걱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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