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나라에 변란이 생기면 국민은 군인을 먼저 떠올린다. 다른 나라와 전쟁이 벌어지면 나서서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게 군대다.
우리 사회는 과거 정치군인들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빠진 나라를 위해 최일선에서 적의 총탄과 칼날을 받아내야 하는 군인은,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 국민을 구하는 가장 든든하고 성스러운 수호자가 된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전투 중 목숨을 잃은 군인에게 최고의 예를 갖추고, 적국의 땅에서 숨진 군인의 뼈 한 조각이라도 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평화로운 나라에서의 군대는 예방적 전쟁억지력으로 기능할 뿐, 목숨까지 던져야 할 일은 별로 없다. 군인이 사회에 나설 일이 없는 나라가 좋은 나라다.
반면 평상시 가장 위험한 직업으론 소방관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아무리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라 해도 사고는 반드시 일어나기에 소방관은 늘 ‘5분 대기조’의 심정으로 위험에 뛰어들 각오를 단단히 마음에 새기고 생활해야 한다.
아이들의 그림 속에 나타나는 소방관은 주로 고가 사다리차를 타고 소방호스로 물을 쏘는 모습, 영화에 등장하는 소방관은 ‘타워링’이나 ‘분노의 역류’처럼 불 속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조하거나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등 주로 화마와 맞서 싸우는 전사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밖에도 소방관이 하는 일은 꽤 많다. 근무 구분도 다양해서 소방대원, 119구조대원, 119구급대원, 항공구조구급대원 등이 모두 소방공무원에 해당한다.
화재 현장은 물론이고 교통사고, 추락사고, 붕괴사고 등 수많은 재난현장과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 현장에도 어김없이 달려간다. 집안에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119를 부른다.
사회의 가장 참혹하고 비참한 모습을 온 몸으로 맞닥뜨리면서도 종종 욕설을 듣고 폭행까지 당하니 일터가 곧 전쟁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이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에 소방관이 꼽혔다.
1996년, 2001년, 2009년에 이어 올해까지 4번째 실시된 ‘한국인의 직업관 조사’에서 소방관은 2001년 1위를 차지한 이후 3회 연속, 16년째 ‘가장 청렴하고 존경과 신뢰를 받는 직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존경받는 직업 2위엔 환경미화원이 올랐다. 우리 시민사회가 얼마나 성숙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내 자녀가 가지길 바라는 직업에선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부모가 희망하는 자녀의 직업 1위는 공무원, 2위는 의료인, 3위는 교사 순으로 조사됐다. 역시 명분과 실리는 별개인 모양이다.
그럼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의 직업순위는 어떨까? 아쉽게도 존경받는 직업 예시에 관리직원이 들어있지 않아 순위를 알 수 없다.
다만 최근의 언론보도들을 보면 그리 높진 않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국민정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매스미디어들이 관리현장을 너무나 잘못 전달하고 있다. 진짜 문제가 뭔지 정밀하게 들여다보려는 참 기자정신이 필요하다.
소주 한 잔 마시는데도 소장 사비를 털거나 각자 주머니를 여는 게 관리사무소의 현 주소다.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