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2016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온다고 며칠 전부터 연등행렬이 줄을 이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향기로 가득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바로 당신이 부처라고 현수막도 가득하다.
초파일이 다가오면 나는 사찰이 있는 곳으로 산행을 한다.
지난해에는 백담사를 거쳐 봉황이 부처의 이마로 사라졌다는 봉정암을 다녀왔다.
나는 거창하게 ‘참 나’를 찾고 부처를 찾기 위해 떠나는 것은 아니다.
무슨 큰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더구나 아니다.
내설악 최고의 비경이 좋고, 그 아름다운 비경 끝에 한 송이 꽃으로 둥지를 튼 봉정암의 풍류가 좋기 때문이다.
풍광이니, 풍월이니, 풍류니 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이 혼연일체가 되어 삼매경으로 흐르는 우아하고 고상한 미적 표현이 아닌가.
올해는 지리산 법계사로 간다.
교통이 참으로 좋은 시대다.
마산에서 지리산 밑 중산리까지 휴게소에 들러 쉬면서 가도, 두 시간이 못 미친다. 길목마다 연등이 매달려 있고, 들판에는 보리가 익어가고 있다.
군데군데 모내기를 한 논도 보이고, 마늘 종지를 뽑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산에는 하얀 아카시아, 국도에는 하얀 이팝나무가 5월을 눈부시게 수놓고 있다.
이유도 없이 장미는 피고 까닭도 없이 라일락의 향기가 짙어가는 게 아닌 모양이다.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부르라는 5월이라 그런 것이리라.
그래서 시인들은 5월을 예찬하는 모양이다.
괴테의 ‘오월의 노래’다.

오오 찬란하다/ 자연의 빛/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기막힌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넘친다./ 한가로운 땅에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 나는 너를 사랑한다.
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사랑하고/ 아침의 꽃이/ 공기의 향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설레며/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게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부어라. 새로운 노래와/ 댄스로 나를 몰고 간다./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하이네도 ‘5월’을 노래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 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 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