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하얀 벽, 슬래브 지붕
백악관 닮았다고 부러움을 사더니
아래층 위층 창은
고철상 망치 소리에 뻥뻥 뚫려
황사도 막지 못하고 안방의 훈기도 지키지 못한다
봄볕은 그래도 날마다 찾아와
뜰에는 잡초가 잔디보다 크다
철 대문 닫힌 지는 반년이 지났고
섀시 뜯기고 남은 유리 조각들은
쫓겨난 주인의 한을 품었는지
방에서도 마당에서도 뾰족이 날을 세우고
누구 하나 걸려들기만 해라
성난 눈알을 되는대로 부라린다
사람 떠나자 길고양이도 오지 않고
도정법에 집 빼앗긴 주인은*
재개발 보상비로는 이만한 전셋집도 못 얻었을 텐데
어느 산골 폐가로 밀려갔는지
어느 쪽방 골목에 숨어들었는지
안부도 전하지 못하는 자목련
내일 뽑힐지 모레 뽑힐지 밤새 저승을 헤매다가
거슴츠레 앉은 파초를 내려다본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른 보상가격이 시가의 절반도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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