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69>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3. 마케터와 로비스트


마케터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조직을 살리는 것입니다. 하나의 기업이 성장하고 지속되려면 지켜야 할 많은 것이 있습니다. 기업에 대한 고객의 신뢰와 사회적 책임, 구성원의 책임의식,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의 피드백, 업무의 개선과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조직과 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개인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가 많고 고객의 황당한 요구에도 응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로비스트는 오로지 업무를 성공시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불확실한 성공 여부에 따라 보수를 주는 것이므로 로비스트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비용을 손해 볼 각오를 해야 하고, 위법과 준법의 경계선, 도덕과 범죄의 경계선에서 일하는 로비스트들은 인격의 정체성과 보편성을 잃고 성공만을 위해 일하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완전히 공정한 경쟁은 없다.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소장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고 사업자를 선정할 때 공정한 경쟁을 하느냐 하는 것이나 단언컨대 완전히 공정한 경쟁은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아파트는 30여 개 이상 업체들의 전문적인 협력을 받아 관리를 하는 것이고 대표나 소장은 모든 업무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사업자 선정지침도 협력업체와의 공생발전 계획을 적격심사 평가항목으로 정한 것이지만 사람이 평가하는 한 완전한 객관성은 없습니다. 설계와 공사를 분리해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해도 설계업체와 친한 시공업체는 설계내용을 미리 알 수 있으므로 다른 업체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고, 동일성능을 가진 제품이라면 더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니 지연, 학연, 혈연, 필요하면 금권이 동원되기도 하고 상대방을 헐뜯고 흑색선전도 하게 되며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국에서도 복권추첨 프로그램을 해킹해 당첨자를 조작한 사례까지 있으니 사업자 선정지침만으로 완전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얻을 수 없음은 명백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을 제정 중입니다. 법령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고 모호하지 않아야 하며 현실적이어야 하니 입대의와 관리업체, 사업자와 관리소장 등 관리를 잘 아는 사람들이 제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5. 나는 마케터인가 로비스트인가


마케팅과 로비를 없애면 과연 공정해질까요? 공정성만을 내세워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의한 배심원을 선정하는 방법으로 입주민 중에서 적격심사 평가위원을 평가 직전에 무작위로 추첨해 구성하고 평가위원끼리는 서로 의논하지 못하게 하며 대표들은 평가위원이 담합하는지를 감시하면서 사업자를 선정하면 공정해질까요?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은 공정사회를 꿈꾸던 새로운 권력자 돼지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은 후 더욱 심한 불공정 사회를 만들었음을 꼬집고 있습니다. 팽형(烹刑)이라는 형벌은 탐관오리를 가마솥에 삶는 척 한 후 평생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제도라고 하는데 팽형을 당한 사람과 그 가족들은 명예를 잃은 고통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라는 말처럼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그냥 두지 않으니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가운데 서 있기 어려운 법입니다. 그러나 모든 공무원이 청백리가 아니어도 관리는 필요하듯이 나쁜 마케터와 나쁜 로비스트가 있을 뿐 마케팅도 로비도 필요합니다. 나는 입주민과 회사를 위하는 일하는 마케터인가요? 나만을 위해 억지도 서슴지 않는 로비스트인가요. 아이의 생명보다 내 욕심만 생각하는 나쁜 엄마를 가려내는 솔로몬의 판결처럼 나쁜 로비스트를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