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많은 도시민의 작은 꿈은 주말이라도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매일매일 업무에 시달리고 도시의 숨 막히는 인조환경을 벗어나고 싶고 가능하다면 주말 주택, 주말 농장을 가지기를 소망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자녀들과 함께 온 식구가 오손 도손 텃밭에 과일, 야채 등을 재배하고 주말을 머물면서 휴식과 농사일을 하고자 하는 작은 꿈을 꾸고 있다.
이러한  도시민의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이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 Garten)’이다.  클라인가르텐이란 ‘작은 농장’이라는 뜻으로 일정액의 임대료를 내면 내 집처럼 살면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이다.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해온 주말농장이다. 독일의 주말농장인 클라인가르텐은 19세기 초에 시작됐고 현재 독일 전역에 100만여 개가 있다. 자연과 도시민을 연결해 휴식처, 공공녹지, 생태학습공간 등 사회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매우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말농장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클라인가르텐은 5일 근무의 생활 패턴에서 여가활용을 용이하게 만든다. 아울러 온 가족이 함께 일하며 체험하는 순수한 체험공동체로 기능을 가진다. 자녀에게 생태환경 및 자연의 신비함을 실제 접촉하게 하면서 식물의 성장과정을 이해하도록 하는 등 인격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퇴직자 및 노인들에게는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농사일을 통해 건강관리 및 사회로부터의 격리감을 해소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
이런 농장+주말주택의 기능을 가진 클라인가르텐이 우리나라 경기도 등에서 시작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향후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이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첫째, 정부가 적극적으로 다양한 지원 및 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이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개인이 클라인가르텐식 주말농장을 준비하기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너무 큰일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가 주도하는 주말농장 입주자 모집에 140대 1의 경쟁을 보여준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둘째, 주말농장은 농사를 짓고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만 인식할 필요 없이 도시 근교에 위치한 경우에는 주택 즉 거주기능도 함께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도시 주변 대중교통 (전철 등)으로 통근이 가능한 지역에 클라인가르텐을 많이 설립해 젊은 부부, 노령가구,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최근 서울 등 대도시의 전세주택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식으로 어려움이 많은 점을 감안한 발상이다.
셋째, 주말농장은 농사일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향후 주말농장에 입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정기간 농업, 생태학습 등 교육기회를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기초지식을 습득함과 동시에 농업과 생태환경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주말농장은 협동의 공동체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며 공동체적 생활환경을 조성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이다. 기존의 주말농장은 상당수 지역사회 공동체의 역할이 모호하거나 아예 부재하다. 많은 농촌 지역에서 주말농장 도시민(혹은 외지인인 귀농촌인)과 원주민과의 갈등과 불화가 상존한다. 귀농 혹은 귀촌자들을 위한 지원정책은 원주민에 대한 역차별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말농장에 관한 법률은 미흡하고 귀촌·귀농에 관련한 지원 법률이 있긴 하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주말농장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법제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또 현재 전국 100여 곳이 넘는 지자체에서 귀농·귀촌 지원조례가 제정돼 있기도 하다. 주말농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귀농, 귀촌인과는 다르다. 여전히 도시에 삶의 터전이 있고 주말에만 농촌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다. 만일 독일 클라인가르텐의 한국형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동시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종합해 보다 더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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