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도시, 대구의 진면목은 역사와 전통에 있다.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중구 중앙로와 남성로 서성로 일대엔 우리가 미처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매력이 숨어 있다. 대구 사람들에겐 익숙한 곳이지만 외지인들에겐 낯선 곳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가 있는 근대골목 투어

 

▲ 경북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제일교회

서성로 일대는 이른바 ‘진골목’으로 불린다. ‘역사가 긴 골목’이라는 뜻이다. 이 동네는 근대 초기 달성 서씨 부자들을 비롯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코오롱, 금복주 창업자와 정치인, 문인 등 당시 대구의 명망가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다고 한다. 촘촘히 이어진 골목길은 과거와 현대가 사이좋게 어우러져 있다. 고풍스런 한옥이 있는가 하면 비까번쩍한 건물들도 키 재기 하듯 들어서 있다.
2층짜리 ‘정소아과의원’은 현존하는 대구 최고(最古)의 양옥 건물로 통하는데 원래 서병기 씨의 저택이었다가 후에 병원으로 탈바꿈했다.
정치인, 지역유지, 문인들이 자주 들락거리던 미도다방(1982년 개업)은 지금도 영업 중이고 드라마 ‘사랑비’ 촬영을 위해 만든 음악다방 쎄라비(현재는 카페로 운영 중)도 인기다.
골목 한쪽에 있는 제일교회는 대구 경북 최초의 개신교 교회로 1893년 설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푸른 담쟁이가 기어 올라간 우뚝 선 예배당 벽은 예술작품처럼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이웃한 화교협회 건물도 고풍스럽긴 마찬가지다. 시황제, 공자, 당태종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80년이나 됐는데도 균형미를 잃지 않고 있다. 이 건물은 원래 대구 갑부였던 서병국이 1925년에 지은 저택의 일부였다고 한다.

▲ 마당과 장독대가 있는 이상화 고택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상화 시인의 고택도 골목길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검은색 외투에 검은색 중절모를 쓰고 뒷짐을 진 시인의 벽화가 눈길을 끈다. 시인은 이 집에서 1939년부터 사망한 해인 1943년까지 4년 동안 살았다. 아담한 한옥으로 된 고택 마당엔 석류나무 한 그루와 우물이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상화 시인 고택 맞은편에는 서상돈 선생의 고택이 있다. 서 선생은 1907년 일본에 빌린 국채를 국민모금으로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분으로 ‘남자는 금연을 하고 여자는 은비녀를 뽑아 국채를 갚자’는 민족독립과 국권회복을 외쳤다.

 

사랑이 다가오는 언덕

 

▲ 청라언덕으로 오르는 3.1만세운동길

진골목은 90개의 계단이 차곡 차곡 놓인 3·1만세운동길로 이어진다. 1919년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만세운동을 벌였던 곳이다.
계단길 끝은 청라언덕이다. ‘청라’(靑蘿, 푸를 청靑에 소나무이끼 라蘿)는 ‘푸른 담쟁이넝쿨이 무성한 언덕’이란 뜻이다. 미국 선교사들이 이곳에 집(사택)을 지을 때마다 구해다 심은 청라가 건물을 감싸고 오르면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고 한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라면 작곡가 박태준의 ‘동무생각’을 떠올리곤 고요한 심상에 잠길 것이다.
청라언덕은 이 ‘동무생각’이 싹튼 곳이다. 나지막한 언덕에는 지은 지 100년이 넘는 3채의 선교사 사택과 그들의 묘비가 있는 은혜정원이 있고 뾰족하게 솟은 두 개의 첨탑과 회색 화강암 외벽이 아름다운 대구 제일교회가 우뚝하다.
다시 계단길을 내려오면 프랑스인이 설계했다는 계산성당(사적 제290호)이 보인다. 경상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서울 명동성당, 전주 전동성당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성당에 꼽힌다.

▲ 청라언덕에 있는 선교사 사택


 

▲ 김광석길에 있는 기타 치는 가수 김광석 동상

옛 노래의 힘

가수 김광석을 아는가?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19년. 중구 대봉동의 신천대로 둑방길은 이른바 김광석길로 통한다.
방천시장이 끝나는 지점으로 폭 3m 길이 300여 미터가 전부지만 이곳은 주말이면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대거 모여든다.
그의 노래는 사랑의 아픔으로 잠 못 이루게 하던 우리 시대 가슴들을 포근히 어루만져줬다. 허름한 골목길에 그려진, 통기타를 치면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김광석 벽화가 잔잔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기타 치는 김광석 동상과 담벼락에 그려진 대형만화, 정훈교 시인의 시 ‘벽화에 세들어 사는 남자’ 등 눈요깃거리가 한 둘이 아니다.

 

▲ 불로동 고분군


놓칠 수 없는 곳들

둔산동에는 경주 최씨 집성촌인 옻골마을이 있다. 팔공산 자락이 부드럽게 감싸 도는 아늑한 전통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학자수 또는 출세수로 불리는 수령 350년의 회화나무 두 그루가 올곧게 서있어 마을의 운치와 격조를 높여준다. 옻골마을은 조선 광해군 8년(1616년), 이곳에 터를 잡은 대암공 최동집 선생을 시작으로 현재 14대 종손인 최진돈(62세)씨까지 400년 가까이 마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마을 앞 회화나무 2그루는 최동집 선생의 이름을 따 ‘최동집나무’로도 불린다. 돌과 흙으로 마감한 마을 돌담길은 정겹기 그지없다.
이밖에 옻골마을에서 가까운 불로동에 가면 초기 철기시대(서기 4-5세기)에 만들어진 200여 기의 고분을 볼 수 있다. 이 지역 토착 지배세력의 분묘로 추정하는데 저 경주의 무덤군보다 작고 출토된 유물도 적지만 대구 분지의 옛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북대구(대구)나들목-신천 방향(시청 방향)-도청교(우회)-대구역-중앙로-중앙네거리-약령시장-제일교회

지하철: 중앙로역(1호선), 반월당역(1호선, 2호선)에서 하차 후 걸어서 5분 거리. 계산성당, 이상화 생가, 청라언덕 등은 제일교회에서 반경 3㎞ 안에 다 모여 있다.

KTX:서울역-동대구역 운행(2시간 소요) 대구골목투어(http://gu.jung.daegu.kr)를 신청하면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맛집 근대골목에 있는 약전식당(052-252-9684)은 1930년대 지어진 한옥집으로 대구에서 유명한 한정식집이다. 진골목식당(052-253-3757)의 육개장과 호박전도 별미다. 남구의 진흥반점(052-474-1738)은 전국 5대 짬뽕집으로 유명하고 1957년 문을 연 삼송베이커리(052-254-4064)는 대구 제빵업계의 원조 빵집 중의 하나다.

◈숙박 최근 들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여러 채 들어섰다. 서성로의 더스타일(052-214-6116)은 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게스트하우스로 56개의 침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린스텔(www.greenstel.or.kr/052-803-4111)은 대구관내 추천 숙박시설을 소개하는 사이트로 예산과 여행계획에 맞는 숙박업소를 선택하고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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