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경기도가 빅데이터에 접목해 ‘관리비 위험군’ 아파트 단지 524곳을 찾아냈다는 얘긴 지난주 본란에서 언급한 바 있다.
빅데이터의 주요 출처는 K-apt 자료인데 그 자료라는 게 실은 각 단지 고유의 특성을 무시한 채 관리비의 많고 적음으로만 ‘등급’을 매긴 불완전한 자료라서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그래서 본지가 K-apt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관련기사 1면>
본지의 문제점 진단에 대한 의도와 노력이 K-apt 운영진에 잘 전달돼 개선의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현재 가장 뜨거운 현안은 경기도의 569개 단지에 대한 관리비 집중점검과 감사 태도다.
경기도는 다음달 14일까지 1차 점검을 추진하고, 점검결과 문제 단지에 대해선 9월 28일까지 분야별 문제점에 대한 2차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대상에 오른 단지들은 올 한 해를 감사대비에 매달리느라 허송세월 하게 생겼다.
다른 단지보다 관리비가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1년 내내 감사준비에 진땀을 빼는 게 옳은 일인가. 쥐꼬리만한 월급 조금 올려주고, 예쁜 봄꽃 사다 심었더니 나쁜 등급을 매기는, 얼토당토않은 K-apt 자료를 근거로 부정 비리 단지로 몰아가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인가.
공무원도 알고, 주민대표도 알고, 관리직원도 알고, 모든 입주민이 아는 명백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진짜 부정과 비리는 대규모 공사입찰과 각종 용역업체 계약과정 중에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정말로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고 싶다면 이 부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경찰청이 거의 1년에 걸쳐 전국의 아파트 단지에 대한 관리비리 단속을 벌인 후 지난 2013년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입주자대표 등이 아파트 공사 관련 업체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가 45%’로 가장 많았다. 또 ‘검거된 피의자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동대표가 41%로 가장 많고, 관리사무소장과 직원 등에 의한 불법행위가 28%’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경기도에서 밝힌 ‘공동주택 관리 조사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면 공사와 용역계약에 대한 부분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체크리스트 항목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건 인건비로 ▲1년 미만 직원 퇴직금 지급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 준수 ▲관리소 직원 개인 협회비를 관리비로 부담하는지 여부 ▲관리규약에 근거 없는 직원 포상금, 회식비, 복리후생비 지급 등이며, 두 번째 사용료 항목에선 ▲전기료, 수도료, 난방비 부과 및 사용 적정성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관리규약 및 예산 준수 여부 ▲선관위 운영비 관리규약 및 예산 준수 여부 등으로 나열돼 있다.
이런 항목들은 업무처리의 적절성과 관련된 문제들이지 부정비리와 직결된 사항이라 보기 어렵다. 적발하기 어려운 진짜 비리의 몸통은 피해가고, 깃털만 잔뜩 뽑아내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 비리를 대대적으로 척결하겠다”는 경기도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잘못된 업무처리를 바로 잡아주는 건 감독관청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런 걸 가지고 비리를 잡아냈다고 자랑하는 건 낯부끄러운 일이다.
일선 관리현장에서 떠도는 “경기도가 ‘관리직원 죄인만들기’에 나섰다”고 걱정하는 말들이 기우에 불과한 것이길 바란다.
‘문제를 잘못 푼 아이’를 ‘물건을 훔친 아이’처럼 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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