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령상 위탁관리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의 직원인사·노무관리 등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일부 아파트에서는 입대의 회장 등이 주택관리업자에 압력을 행사해 관리사무소장의 교체를 요구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직접 면접을 보고 뽑은 관리소장을 임명토록 추천하는 등의 일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대규모 단지에 속하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최근 입대의 회장 A씨가 해당 주택관리업자에게 관리소장을 추천, 주택관리업자의 인사권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가 곧 자신의 ‘해임사유’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 아파트 입주민의 10분의 1 이상인 256명은 A씨가 관리주체의 인사권에 부당하게 관여해 관리규약을 위반했으며, 입대의 회장 출마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관리비 30% 인하 및 국공립어린이집 유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A씨의 해임동의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선관위는 해임사유 중 공약사항 미이행은 해임사유가 되지 않고, 관리주체에 대한 인사권 개입은 주택관리업자의 소명자료를 토대로 다음 회의에서 해임투표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후 절차상 판단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관리규약에서 정한 기한 내에 선거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해임동의 발의자들 대표에게 해임동의서를 반환하되 해임동의서를 다시 접수하면 해임절차를 진행키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해임동의서를 반환받은 해임동의 발의자들의 대표는 다시 해임동의서를 그대로 선관위에 제출하고 선관위는 회의를 열어 해임투표일을 정하는 한편 A씨에게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한다.  
A씨는 이렇게 자신에 대한 동대표 및 회장 해임절차가 진행되자 이를 중지해달라며 입대의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지만 기각된다.   
최근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1부(재판장 오재성 부장판사)는 2차 해임요청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해임투표는 절차상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투표 결과를 무효로 할 만큼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1차 해임요청은 선관위가 해임 요청에 대한 처리를 지연해 관리규약에 따라 해임투표를 진행할 수 없어 반려한 것으로 발의자들의 해임의사는 2차 해임요청이 있을 때까지 계속 유지됐다고 봐야 하며, 선관위의 해임투표 진행 지연 등으로 인해 입주자들의 해임의사가 소멸한다고 본다면 선거·투표의 관리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선관위가 해임투표의 진행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하게 돼 선관위의 권한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해임사유가 없다는 A씨 주장 역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택법 시행령 제51조 제5항에서는 입대의는 주택관리업자가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경우 주택관리업자의 직원인사·노무관리 등의 업무수행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서는 주택법령 및 공동주택 관리에 관계된 법령, 이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한 때를 해임사유로 정하면서 입대의와 관리주체 상호 간에 업무를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근거 규정을 전제로 재판부는 B사가 이 아파트 주택관리업자로 선정됐을 무렵 A씨는 B사에 관리소장을 추천하고 B사는 A씨가 추천한 사람을 관리소장으로 임명한 사실을 인정, “이 같은 A씨의 관리소장 추천행위는 주택관리업자의 직원인사 등의 업무에 개입한 것이 분명하고 A씨의 이 같은 개입이 부당한지에 대한 논의의 여지는 있으나 이는 해임투표 과정에서 입주민의 투표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A씨의 개입행위는 해임투표의 발의사유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의하면 해임절차중지 가처분 결정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예정대로 해임투표가 진행됐고 그 결과 A씨는 동대표 및 회장에서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