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먼 바다에서 불어 온 청량한 바람은 비릿한 냄새만을 바다에 두고 마을 언덕을 넘는다. 바람은 복수초 꽃잎을 잠시 흔들다 떡갈나무를 지나 다시 바다로 간다. 돌미나리 향과 겨울 바다냄새가 섞인 사생이나물, 달래향이 아직 그리운 것은 봄이 그렇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섬에 북배딴목 있었네

대부도에서 17km 떨어진 풍도. 행정구역상 안산시 단원구에 속하지만 당진군 석문면이 더 가깝다. 풍도는 단풍나무가 많아 단풍 楓자를 써서 풍도(楓島)라고 했다가 일제가 풍도해전에서의 청일전쟁 승리 후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며 지금의 풍도(豊島)로 표기됐다.

“서해 아주 작은 섬. 풍도 / 그것도 두 명의 학생 / 두 명의 유치원생 / 바다가 배가 등대가 갈매기가 / 바람꽃 대극 복수초 야생화 천국 / 쇠무배 수중궁궐 천연 조각 공원 / 북배딴목과 북배, 진배와 구렁배 / 그대들이 나의 친구들이다.” 풍도분교장을 지냈던 강점석 시인의 ‘풍도, 그 섬에 북배딴목 있었네’라는 첫 시집의 이야기다.

섬 둘레를 걸어도 5.4km인 작은 섬에는 주민 120여명이 산다. 산열매, 뽀루수, 칡순으로 보리고개를 넘기던 그 옛날부터 육지에서 가기 쉽지 않은 서해의 고립된 섬. 그나마 섬이 여섯 개가 모여 있는 “육도”가 풍도 마을에서 바로 보이니 외로움은 덜 하였을까.   

 

풍도 후망산(177m)은 경칩을 지나며 산 전체에 복수초가 노란 꽃대를 올리고 연한 녹색의 꽃술을 터뜨리는 바람꽃과 더불어 천상의 화원을 만든다. 배에서 만난 육도 주민에게 물으니 육도에는 야생화가 없단다. 변산바람꽃과 붉은대극의 변이 종들이 이곳 풍도에서만 오랫동안 분화해 풍도바람꽃, 풍도대극이라는 학명을 얻기까지 유독 풍도에 야생화가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기후나 토양뿐 아니라 사람의 간섭도 적었던 원인이었을까. 그러나 요즈음에는 겨울보다 혹독한 사람들의 발길에 치인 야생화들이 산길자락에서 사라지고 있다. 아쉬운 일이다. 몇몇 젊은 사람들은 배를 타고 어업을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정부의 보조도 없이 봄 야생화 한철 관광객들에게 민박이나 사생이나물, 달래 등을 팔아 근근이 살아간다. 환경을 생각하자니 사람이 걱정이다. 그러나 아직 인심이 팍팍하지 않은 섬이다.

마을 위 산나물 뜯어 파는 인심 좋은 기동이네 민박집과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파천할 때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는 샘터 언덕에서는 마을 풍경과 바다가 가득히 들어온다. 
마을 뒤편 야생화 군락지를 지나 후망산을 넘으면 풍도대극이 군락을 이룬 기슭. 햇빛이 좋아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 한적한 오후다. 마을은 바람을 등지며 배가 드나드는 동북쪽에 모여 있고,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서쪽은 자연 조건이 잘 이뤄져 있다. 바다로 내려가는 오솔길 개암나무 사이 노란빛 작은 등대가 보인다. 붉은 바위가 길게 바다에 잠겨 있어 “북배딴목”으로 불리는 곳으로 바닷물이 빠지면 등대까지 걸어 갈 수 있을 듯하다. 암적색 바위들이 도열한 북배는 서해의 바람이 노을로 지며 백패커들의 보금자리로 변했다.

문명은 섬에서 하룻밤의 자유로 정화되며 바다와 닮아진다. 바다. 그냥 바다. 해가 지며 붉게 변하는 서해. 진배와 구렁배 해안의 일주도로를 따라 잔잔한 파도소리는 섬의 노래다. 풍도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배가 하루에 한 번씩만 운항한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한 배가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10시 30분)을 경로해 풍도로 간다. 섬이지만 봄철에는 산나물과 두릅 생산이 많고 민박집들의 인심이 좋아 호젓한 여행지로 적격이다.    

 

야생화 정보

풍도대극(Euphorbia ebracteolata var. coreana Hurus)
붉은대극 보다 잎이 좁고 총포내에 털이 밀생하는 특징을 가지는 것을 확인해 변종으로 처리하며 학명을 붙였다.

풍도바람꽃(Eranthis pungdoensis B.U. Oh)
풍도바람꽃은 예전에는 변산바람꽃으로 알려졌지만 변산바람꽃보다 꽃잎이 더 크고 모양(깔때기 형태)이 다르다. 2009년 변산바람꽃의 신종으로 학계에 알려진 이후 2011년 1월 풍도바람꽃으로 정식 명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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