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일기 76

입대의 최 병 용 회장
경기 청평 삼성쉐르빌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차량들이 아파트의 상징과도 같은 중앙광장 보도까지 침범해도 경비원들은 제지할 생각조차 안했다. 광장에 주차하는 선례를 남기게 되면 공사 후에도 입주민들의 휴식공간이며 문화공간인 중앙광장이 필요에 의해 임시로 주차하는 공간이 돼버릴 수 있었다. 앞을 내다보고 주차를 금지시켜야 함에도 수수방관하는 것을 보다 못해 ‘주차스티커 부착 경고문’을 세우라고 지시하고 나서야 중앙광장 주차를 막을 수 있었다.
주차장 공사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진행되고 주말에는 지하에 주차가 허용되는데도 불구하고 대다수 입주민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여전히 인도와 도로에 주차를 했다. ‘왜 주말에는 지하에 주차를 할 수 있음에도 지상에 주차를 할까?’라고 생각해보니 승강기에 게시돼 있는 안내문이 3주간 공사일정을 안내한 것에 불과해, 주말에 주차가 가능하다는 내용은 주의 깊게 읽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데 있었다. ‘주말에는 지하주차장 주차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금요일에 별도로 안내를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몇 가지만 미리 고려하고 준비했더라면 혼란이 적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지상과 아파트 외부도로에 주차할 공간을 계산해 그 주차 대수만큼 공사구역을 나누도록 시공사와 협조하고, 입주민들에게 외부에 주차할 공간을 자세히 안내해 차량을 분산시켰어야 했다. 주말에 주차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별도로 게시하고, 통행에 방해가 돼서 절대로 주차를 하면 안 되는 공간은 미리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인도를 점령해 주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면 어린이집 가는 어린이 보행로를 확보해서 안전사고 발생 소지를 없애야 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3개 구역으로 나눠 공사를 진행하면 장비와 인력이 머무는 시간을 줄여 공사비를 절약할 수 있다. 4~6주에 걸쳐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음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이유인 것이다. 관리주체가 입주민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공사일정만 조정했어도 겪지 않을 수 있었던 혼란을 입주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공사가 진행되며 불편을 겪는 입주민들이 많아지자 화가 난 입주민이 카페에 공사의 문제점과 대책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는데 입대의나 관리주체가 낯 뜨거울 정도의 옳은 지적이었다. 관리주체와 입대의 역할에 대해 자성을 하는 계기가 됐고, 시공사에 주차장 공사의 문제점에 대해 항의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1. 지하주차장 보수공사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
2. 아파트 가구 수 및 차량등록 대수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지역을 공사하는 것은 어떻게든 빨리 끝내려는 무모한 짓
3. 엄연히 아파트 내 주차를 위해 관리비 및 별도의 주차 등록증 비용을 지불하는데 아파트 잘못 지은 탓으로 고스란히 내 돈만 낭비하고 내차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것
4. 주차를 위해 몇 십분 씩 차를 움직이며 소비하는 기름 값, 시간에 대한 손해
5. 주차를 위해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보행자들, 어린이들의 이동통로인 인도에 주차를 해도 된다고 하는 어리석은 행동
6. 밤마다 주차로 고생하는 걸 알면서도 아파트 관리하는 분들은 차 빼달라고 밤늦게 전화를 해 대책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안하무인 답변
7. 승강기에 게시 한번 하면 무조건 다 이해하고 손해 감수하고 넘어가겠지 하는 관리자들의 무책임
8. 아파트 외부에 세워둔 차량에 혹 잘못된 일이 생기더라도 책임 회피하는 태도
9. 잘못 지은 아파트에 속고 사는 것도 억울한데 이런 피해까지 고스란히 감내하라는 책임전도
밤마다 주차로 인해 이리저리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파트 보수공사는 시공사 책임으로 당연히 보수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불편과 손해를 고스란히 입주자들이 다 받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아파트 시공사 및 관리사무소는 이에 응당한 대가를 입주민들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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