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바다도 하늘이 되고 싶고 하늘도 바다로 내려오고 싶은 4월이다.
골목길마다에 핀 꽃들도, 사는 데에 별 필요도 없는 어려운 문자나 언어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자비로운 꽃이거나 선량한 잎이 사람의 눈동자를 더욱 맑게 한다고, 착하고 부드러운 낮은 음표로 속삭이는 계절이다.
기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피는 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봄으로 한데 뭉쳤다. 사랑하되 집착하지 말라며 향기는 저만치 언덕을 넘고, 장영실과 소현옹주, 천삼봉과 개똥이의 바라보는 사랑처럼 이산 저산 제자리에서 바라보며 눈물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죽순이 똑바로 올라오는 계절에는 한 사람을 사랑하기에 좋다고 봄꽃마저 울고 갈 아름다운 4월의 신부가, 영원한 사랑 영원한 행복을 위해 4월의 탄생석인 다이아몬드를 고르나보다.
지난겨울의 혹독한 미움도 겨울 옷처럼 벗어버린 봄 동산에, ‘사랑바람’이 모음과 자음으로 운명처럼 분다.
봄 햇살이 옛날 애인처럼 꼬물꼬물거리는 청량산 자락에 서서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 풍겨오는 향기가 있나니, 저쪽 소나무 아래의 진달래인지, 그 너머의 앙증맞은 하얀 조팝꽃인지, 그 아래의 마지막 남은 치자꽃 한송이인지 나는 모른다. 월영마을 아파트 대단지를 돌아 남도의 물살이 문명의 외피를 버리고 싱싱한 비린내를 풍기며 천상을 향해 비상하는 원초적인 봄의 향기.
“목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좋다”란 제목으로 시를 하나 써본다.

굳이 목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좋다.
풀잎은 풀잎끼리
꽃잎은 꽃잎끼리 살 부비는 소리를
가지는 가지끼리
대궁은 대궁끼리 몸 부비는 소리를

굳이 목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좋다.
바람은 바람끼리 흔들리는 사랑을
물은 물끼리 끌어안는 사랑을
하늘은 하늘끼리 포개지는 사랑을

굳이 목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좋다.
신춘편지로 달려오는 분홍빛 연서를
그리움으로 걸어오는 연둣빛 사연을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쿵쿵거리는 발자국을

이 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핀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영웅이다.
오늘 밀어올린 꽃잎이
먼데서 달리는 열매가 되는 것을.

병신년 4월의 햇살이 떨어진 꽃잎 위에도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꽃대궐인 이 4월에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 가슴에 안고 싶다.
홍도화 금낭화가 아닌 길가의 민들레꽃이라도 좋다.
너도 꽃이요, 나도 꽃인 이 4월에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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