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4월의 첫날은 화사한 벚꽃의 진해군항제로부터 시작되었다. 36만 그루의 벚꽃나무가 순백의 아름다움으로 펼치는 세계 최대의 벚꽃축제. 바람이 불면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소통하고 정서를 불어넣는 원초적인 율동이요, 매력적인 무용이 되는 벚꽃. 어디가 더 벚꽃이 좋다는 것은 벚나무에 대한 무례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움 50곳 중 5번째로 소개되는 장소가 벚꽃이 있는 경화역이다. 여좌천의 로망스다리, 518그루의 벚나무가 사열을 하는 안민도로, 100년이 넘은 왕벚나무가 즐비한 해군사관학교 해군기지사령부, 모노레일카를 타고 제황산에 오르면 저 멀리 장복산에 있는 벚꽃까지 진해의 벚꽃이 가슴에 다 안긴다. 
여수 영취산의 진달래축제, 부곡의 온천축제, 창녕전국민속소싸움대회, 2016KBO리그 개막전, 창원의 용지호수 음악분수가 팡파레를 울리며 무지개 색깔로 춤을 추고, 고성의 공룡세계엑스포도 내가 빠질세라 이 모두가 4월의 첫날로 시작되었다.
4월만큼 바쁜 달도 없으리라. 이 좋은 4월을 위해 중국의 대표적 SNS인 웨이보에서 조회한 횟수가 75억이 넘는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32개국으로 수출한다는 뉴스가 있고, 유커 4,500명이 월미도의 ‘치맥’을 휩쓸고 간 3월이 있었나보다.
이 좋은 4월을 위해 전국 8만7,000여 곳에 벽보가 붙고,  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이 3월 31일이었나 보다. 각각의 소리가 달라도 모이고 합해지면 아름다움이 되는 사물놀이처럼, 정치의 계절도 우리의 마음을 푸르게 할 풀무질이 아니겠는가. 뜨거운 용광로라야 순도가 높다. 정치도 예외가 아닌 것을. 정말이지 이 좋은 4월을 위해 3월 춘설에 덮인 키 작은 대나무 잎이 백설공주의 가슴 뛰는 러브레터로 그토록 새파랬나 보다.
해남 땅끝으로 방생을 가고 미황사에 들러, 바다에서 건진 구름을 데리고 저만치 가는 하늘을 본 것도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이었지.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란 권태응의 감자가 싹이 돋아 벌써 잎이 파란 4월이다. 꽃으로 전하는 희망, 희망의 빛으로 미래를 연다는 슬로건이 육지에만 해당하느냐고, 바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물장구를 치며 미더덕이다, 주꾸미다, 도다리다, 대게다 펄떡거리며 대한민국은 지금 축제의 계절이다.
보라, 은빛 합천 호반을 따라 달리는 백리 벚꽃 길 마라톤대회를 낭만이라고 하기만은 부족하다. 합천 호반의 끝자락인 남옥부락이 나의 고향이라고 해서만은 절대 아니다. 합천호에 수십만 마리의 빙어치어를 이 봄에 방류했다고 해서 하는 말도 아니다.
여수박람회장도 문을 활짝 열었단다. 여수의 랜드마크 빅오쇼는 오감을 멀티로 전율케하는 감동이다.
공자는 말한다. “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君子和而不同),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小人同而不和)”고.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며 공존과 상생을 외치면서 2016 봄이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절정을 치닫는다.
이 봄에는 유명해지지 않고 돈이 많이 없더라도 고은의 ‘소년의 노래’라는 시 한두 구절만 외워도 좋으리.

저 바다가 / 저토록 날이 날마다 / 조상도 없이 물결치고 있는 것은/ 오래 하늘이 되고 싶기 때문이리라 / 그렇지 않고서야
저 하늘이 / 저토록 어리석은 듯 밤낮으로/ 구름을 일으키고 구름을 지워버리고 하는 것은 / 바다에 내려오고 싶기 때문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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