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http://chaey.me)

 

남쪽 지역에는 벚꽃 개화 소식이 한창이다. 봄꽃이 피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봄은 일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제일 좋은 계절이다.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고, 연분홍빛 가득 머금은 벚꽃이 지천에 피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림 같은 ‘긴린코’, 동화 같은 ‘유후인’

일본의 20대 여성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온천 마을 1위로 선정된 유후인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여행지다. 유후인 역에서 긴린코 호수까지 이어지는 민예품 거리는 유후인 여행의 하이라이트. 1km 남짓한 거리에는 물이 닿으면 숨어있던 벚꽃 모양이 나타나는 ‘벚꽃 우산’이나 개성 넘치는 일본풍 소품을 파는 기념품 숍과 공방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늘어서 있다. 전 일본 크로켓 대회에서 금상을 탔다는 금상고로케 본점, 부드러운 크림이 가득 들어있는 아이스 롤케이크를 파는 B-Speak처럼 이름난 가게도 많이 있다.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아기자기한 물건을 구경하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유후인 북쪽에 있는 긴린코 호수는 해 질 녘 호수 위로 뛰어오른 잉어가 햇빛에 반사될 때 금빛으로 보인다고 해서 ‘긴린코(金鱗湖)’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호수 바닥에서 차가운 지하수와 뜨거운 온천수가 동시에 흘러나오는 것이 특이하다. 호수 주변 산책로는 꽤나 운치 있다. 크고 화려한 멋은 없지만 간결하고 단정한 매력이 느껴진다. 물안개가 피어올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이른 아침이 제일 아름답다지만,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 늦은 오후의 낭만도 그에 못지않다.

 

지옥이라기엔 너무 귀여운 ‘벳푸’

규슈 북동부 오이타현에 속해있는 벳푸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지역 중 하나다. 무려 2,800여 개의 원천을 보유하고 있고, 1일 용출량만 해도 13만6571㎘에 달한다. ‘지옥순례(Jigoku Meguri)’는 벳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 코스다. ‘지옥’은 벳푸에 있는 아홉 종류의 대표적인 온천을 부르는 말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뜨거운 증기가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는 이유로 ‘지옥’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는 가마도 지옥은 9개의 지옥온천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온몸에 붉은색을 휘감은 무시무시한 형상의 도깨비가 서 있는 모습이 지옥보다는 작은 온천 테마파크 같은 느낌이다. 가마도 지옥의 원천들은 뿜어내는 물의 온도와 성분에 따라 온천의 물빛이 다르다. 각각의 원천에는 바다지옥, 피지옥, 스님 지옥 같은 이름이 붙여져 있다. 직원이 보여주는 짧은 쇼는 온천을 구경하는데 작은 재미를 더한다. 담배를 뻐끔뻐끔 태우다가 그 연기를 용출 구멍에 대고 불면 순식간에 하얀 연기가 머리 꼭대기까지 피어오르는데, 연기가 피어오를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온천 증기로 찐 달걀인 온천 달걀과 지옥 푸딩은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생각보다 맛있으니 꼭 한 번쯤 맛볼 것.

 

유명 애니메이션 속 그곳 ‘구로카와 온천마을’

구로카와 온천마을은 규슈 중심부의 온천 마을이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올라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평범한 시골 마을은 분위기 있는 온천 마을로 변신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작은 강을 중심으로 20여 개의 료칸과 기념품 가게,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마을은 소박하지만 촌스럽지 않다. 작은 마을이지만 인기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료칸의 모델이 되었던 곳도 있고, 근사하게 꾸며진 족욕탕도 있다. 구로카와 온천마을에서 다양한 온천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뉴토테가타(入湯手形)’를 이용하면 된다. 뉴토테가타는 1,300엔으로 마을에 위치한 24개의 료칸 중에서 총 3곳의 노천온천을 이용할 수 있는 온천 자유이용권으로 구로카와 온천료칸조합 가제노야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제노야 뒤쪽에는 유카타를 1,000엔에 빌려주는 곳도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방문해보자.

 

여행정보

규슈 여행은 후쿠오카(福岡)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천에서 후쿠오카까지는 1시간 20분이면 도착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취항 항공사가 많으므로 일정·가격에 따라 적절한 곳을 이용할 것. 최근에는 후쿠오카에서 출발해서 유후인, 벳푸 등을 둘러보는 당일 버스 투어 상품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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