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한현구  대표 

충북 청주시 흥덕구 금호어울림아파트 1단지 경로당 

                                           


우리 어울림아파트에서는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는 예외없이 월례회가 열린다. 2009년 4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르지 않고 열리는 삶의 질의 이야기를 뒤돌아보고 인간답게 살아 온 제2인생의 세상을 맛으로 느낀 곳이다. 월례회의 때마다 나는 가슴에 와 닿는 말을  힘차고 알차게 강의하고 때로는 맛있는 별식도 만들어 함께 하루해를 넘긴 때도 많았다.
계절마다 변하는 식품을 소개해 함께 만들어 장기간 장복을 하도록 권유도 한 내용들을 인쇄물로 모아 설명도 하고 시음을 한 것이 매실즙으로, 처음 시작은 7년 전 1단지 650가구의 노인들이 관리사무소의 첫 방송을 통해 모인 숫자는 39명 여성분이 남성에 비해 5명이 많은 숫자였다.
숫자가 적은 남자들은 대부분 허리가 휜 반면 저마다 개성은 유별나 보였다. 다행이 홀로 사는 노인은 없는 듯 했지만 지팡이에 의존한 분도 있었다. 모두가 새 아파트에 입주한 노인으로서 당당해 보이고 대부분 자식과 함께 사는 분들이라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이렇게 구성원이 모이게 되면 대부분이 그러듯이 먼저 앞에 나서는 일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 충청도 고유의 성격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 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사회의 역경을 딛고 살아 온 과거의 직업의 흔적을 어렴픗이 비추는 인생의 다양한 계급이 첫 만남의 분위기를 온기로 비추게 마련이다.
동별 호수를 대며 인사를 나눈 후에는 곧바로 대표를 인선해 책임을 맡기며 주거 공동체에서의 담합을 결의한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이웃과 함께 다져 왔던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각본에 의한 것처럼 임원이 결정되고 앞으로의 아파트에서 ‘삶의 질’을 우리가 스스로 협의해 살아가자는 약속도 이뤄진다. 그것은 바로 친절과 따뜻한 소통이고 관심이었다.
아파트에서 잘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온 사람들. 인생 70세에서 90이 넘은 고령의 인생 이모작의 삶은 이렇게 매월 거르지 않고 매월 토요일 10시. 우리는 만났다. 만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교직생활 45년을 마치고 퇴직한 후로 지역마다 세워진 복지회관에서 듣고 배웠던 건강강좌에서 세상 이야기까지 수도 없이 귀동냥으로 배워 온 내용들을 정리한 자료들을 시기별로 분류해 만든 교재로 인간답게 사는 이야기부터 하나 하나 요약도 하고 수명을 다하는 날까지 수칙도 지켜야 하는 내용도 만들어 걸맞게 사는 방법을 강좌로 나섰다.
 일상에 쫓겨 바쁘게 지나가다가도 계절이 바뀌면 문득 어떤 구절이 떠올라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때도 있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가 깊은 회의에 빠지게도 만든다. 세상이 삭막하다고들 말한다. 그래도 우리는 매달 마흔에 가까운 분들이 즐겁다는 마음으로 쉼없이 경로당을 찾는다.
매달 강의는 우리 경로당 회원들께는 너무도 큰 감동으로 느끼고 깨달은 바 있어 몸소 실천에 옮기는 모습은 보기도 좋았다. 내 삶에 있어 남은 세월을 건강하게 살다가 건강하게 마감하는 날까지 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라는 심정으로 7년이 넘는 세월을 매월 단 한번도 빠짐없이 월례회 때에는 ‘향기와 맛이 있는 삶’의 얘기를 우리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가슴에 오래 묻고 살 수 있는 추억들이 많다. 실용과 성과를 중시하는 노인들. 정보화 시대의 삶은 더욱 복잡하다고들 하지만 노인들의 생활의 처방은 단순했다. 뽕나무, 칡순에서 부터 시작해서 두릅, 쇠비름, 민들레, 양파, 개복숭아, 솔방울, 질경이, 매실 외에도 수많은 약초를 채집해 내 몸에 맞는 효소  (酵素)로 만들어 기(氣)를 살리고 곡기(穀氣)를 줄여 산성(酸性)체질을 알카리로 바꾸는데 우리는 하나가 되자고 결의도 하고 몸소 짝을 지어 산을 오르고 수확도 하지 않았던가.
생각해 보면 이렇게 사는 것이 가장 값지게 사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동료애가 묻어난 우리 단지는 지금까지 아주 행복이 넘치는 경로당을 운영한 셈이 된다. 주거 공동체가 바로 이것이다. 지역의 복합적인 요소들이 총합에 의해 모든 공간이 어우러져 운영했다. 주말이면 단지 내 지상에는 차 없는 거리조성에서 자유로운 산책과 운동시설의 다양한 활용으로 단지내에는 웃음과 행복감으로 여가 활동이 이뤄진다.
삶이란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오는 신뢰와 편안함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바로 관심이 소통으로 연결돼 삶의 질을 형성하는 규범이 입주민 참여로 굳히고 그 규범이 바로 전통으로 이어지는 문화의 여가는 긍정적 마인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통을 키워 오는 금호어을림아파트는 2단지 600여 가구에서도 손을 내밀어 상대방과의 교역을 제안받고 좀더 멀리 세상을 만나는 이웃으로 그 사람들을 통해서 배려하는 의식을 심는 합동 월례회도 연 바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길동무가 되고 고령화(高齡化)시대에 차고 맑은 샘물이 되어 오래오래 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진실한 삶으로 노인들이 불편하지 않고 뜨거운 동료애로 다시 만난 제2의 인생 이모작은 1,234가구에서 모범이라는 노인들이 보여줘야 할 책무를 저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경비원들과 하나가 돼 관심과 소통으로 배려하고 뜨거운 동료애로 빛을 발휘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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