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夏 林/안  병  석

올해가 수원화성 방문의 해라는데
13번 버스는 화성은 곁눈질로 흘기며
장안문을 지나 광교산을 파고든다
시큼한 사방댐 물빛 바람은
굴참나무 거친 몸통을 한사코 비벼대는데
감칠맛 나는 묵은 벗을 만나
때아닌 깨꽃 향을 피우며 산을 오른다
속살이 톡톡
석초소장이 보낸 야들한 꼬막, 바다 향이 달다
막걸릿잔 순배로 돌고, 붉어지는 콧잔등
지금이야 보리밥이 보양식이라지만
허기진 보리밥 시절 끈적이는 대화가 풍년이다
형제봉 토끼봉 뻐꾸기는
지금 어디쯤 보드라운 새들 바람
입맛 당기는 봄을 물어올까
삶은 두부의 흰 살과 국숫발 따스운 국물에
양양한 그 시절 쉼터를 풀어내다
암자 법당을 나선 스님의 도도한 목탁 소리
속인들 명치에 光敎의 숨은 뜻을 묻는데
춘분을 질러온 봄을 어찌하지 못하고
홍조 띤 벗님네들 얼굴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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