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의 문화답사

 

◈노계 박인로 선생-도계서원
도천 마을로 들어서다 고속도로 건너편에 바라다 보이는 노계시비에 ‘조홍시가’가 새겨져 있다. 도계서원이 있는 도천리는 구룡산에서 발한 시냇물이 여러 곳에서 흐르는 냇물과 합류해 마을 앞을 흐르고 있다. 마을 북쪽은 방산이 있어 주위는 모두 구릉 야산으로 돼 있고 서쪽은 고지, 서당, 옥천리를 건너 멀리 금오산이 높이 솟아 있다. 동쪽은 구릉지를 넘어서 경주시 서면과 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먼저 그의 시를 몇 편 감상해 보기로 하자.

조홍시가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세 글로 설워하나이다.

중국 삼국시대에 6세 된 육적이 스승인 애술을 찾았을 때 대접으로 귤 몇 알을 내놓았다. 선생이 잠시 없는 틈을 타서 어머님을 봉양하고픈 생각이 불현듯 들어 귤을 품게 됐다. 그리고 선생님 앞에 하직인사를 하려 하자 그 귤이 쏟아져 나왔다. 왜 안 먹고 품었느냐고 물으니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고사를 인용한 내용으로 선생의 지극한 효성을 엿볼 수 있다.

왕상의 잉어 잡고 맹종의 죽순 꺾어/ 검던 머리 희도록 노래자의 옷을 입고/ 일생에 양지성효를 증자같이 하리이다.

왕상이라는 사람이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병든 계모를 살렸듯이 나도 잉어를 잡고 맹종이라는 사람이 겨울에 대밭에서 죽순을 꺾어와 늙으신 어머님의 입맛을 돋우었듯이 나도 죽순을 꺾어, 노래자란 사람이 70세가 되어서 살아계신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때때옷을 입고 어리광을 피웠듯이 나도 부모님 위해 검던 머리 파뿌리처럼 희어지도록 어리광을 부리고 그리하여 내 평생 동안 부모님의 뜻을 잘 받들어 부모님 뜻 잘 헤아리신 증자와 같은 사람이 되리라.

만근을 늘여내어 길게 길게 노를 꼬아/ 구만리장천에 가는 해를 잡아매어/ 북당에 학발 쌍친을 더디 늙게 하리라

만근이나 되는 엄청난 쇳덩이를 늘이고 늘어내어 길게 길게 노를 꼬아 구만리나 되는 아득한 하늘, 그 먼 길을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가는 저 해를 잡어매어 지금 우리 집 북당에 계신 두루미 깃처럼 머리가 하얗게 센 아버님과 어머님께 오래오래 살게 하고 싶구나.

도계서원은 그 지방의 지명을 따서 도천의 계곡이라 해 도계서원이 된 것이다. 도계서원은 박인로의 지극한 효성과 가사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인해 연중 외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드는 곳이다. 무릇 조선의 가사문학은 송강 정철에서 우뚝했고, 노계 박인로에서 꽃피워, 고산 윤선도가 열매를 맺었다고 하지만 노계의 시는 타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송강의 시가 정치성을 띠고 도교적 성향을 지녔다면 고산의 시는 자연을 소재로 한 사대부 취향의 일면을 볼 수 있는데 노계의 시는 인간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삶의 구도자로서의 정서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송강이 우의정, 고산이 동부승지의 높은 벼슬살이를 한데 반해 노계는 가난한 산림처사로 일생을 살았다. 또한 효성이 지극해 부모상을 당해 다같이 3년씩 여묘살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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