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이  석  락
 

스테인리스 대문을 열고 붉은 벽돌집에 들어가던
젊은 아낙의 빠알간 원피스가 가물거려도
현관문은 뜯겨 나가고 깨진 유리조각만 어지럽다
알루미늄 창틀은 재개발조합에서 뜯어 갔지만
방범 때문에 대문을 잠가두니
담장 안에 적막만 오도카니 갇혔다

젊은 아낙이 풍긴 안방의 장미 향기는
열어젖힌 창으로 빠져나가도
어여쁜 아낙의 온기가 남아 있으려나
담장 너머를 기웃거린다
붉은 벽돌 벽만큼 우아하던 아낙은
도심 지하철 역세권의 제집을 내주고
어처구니없는 보상금으로
어느 곳에서 식당 접시나 닦는지
대책 없이 명도소송을 기다리는 이웃에게
귀띔도 없다
법률만큼만 주겠다는 땅값은
환지대금이나 아파트값의 삼분지 일도 되지 못하여
도심의 오두막 보상금액으로 두메 오두막은 구하더라도
영농 기술도 노동력도 없는 늙은이들이
깊은 시름만 들이마신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