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 지난 호에 이어

휴무일인 일요일에 강풍이라도 부는 날이나 폭설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아무런 대가나 생색 없이 혼자 나와 재활용장 등 여기 저기 청소와 정리를 해주고 평일에도 일찍 출근해 단지 정리를 해놓으니 동료 직원들에게 질시나 왕따를 당할 법도 하지만 그의 성실함을 모두 인정하고 모두 좋아한다.
어쩜 그렇게 적잖은 세월 속에 때 묻지 않고 저렇게 좋은 품성과 성실함을 유지하며 살아가시는지 그 모습을 접할 때마다 상대적으로 내 자신을 비춰보며 담금질이 되도록 하시는 멘토적인 존재다.
CF에 나오는 ‘산소 같은 여자’가 아니라 ‘산소 같은 남자’, 인기 짱인 키 작은 미화원 아저씨는 전 직원들의 귀감이 돼 우리 단지에 없어서는 안될 소금 같은 존재가 되신지 오래다.
4년 전 미화원 구인광고 시 찾아오신 날은 하필 업무가 바쁘고 복잡한 날이었다.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가겠노라며 거기 아파트를 찾아가려는데 여기가 어딘데 어느 쪽으로 가면 아파트가 있냐는 문의전화가와 알려드리자 수분 후에 또 영감님 목소리로 여기가 어딘데 거기가 도대체 어디에 있냐는 등 대여섯 차례 이상의 문의전화가 거듭되자 짜증이 확 밀려오며 이곳도 쉽게 못찾아 오는 사람이니 채용대상이 안되겠다 싶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얼마나 헤매고 다녔을 터인데 그래도 면접이라도 해줘야 되겠다 싶어 “어르신 어디세요? 제가 모시러 갈게요”하며 인연이 맺어져 이젠 우리 단지의 보물단지 같은 존재가 되셨다.
관리소장으로서 우리 직원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초심을 잃지 말고 업무에 임하자”라는 말을 자꾸하는 건 게을러지려 하는 내 자신에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모범적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될 만하다고 자부하는 이곳 단지에서 67세 노 여소장으로서 소신껏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신뢰하고 독려해준 입주민과 노 여소장으로서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해준 한결 같이 성실한 키 작은 미화원 아저씨를 비롯한 동료 직원들이 있어 올 한 해 또한 힘껏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초심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근무를 해갈 것이다.
키 작은 아저씨는 함께 근무하는 동안 “그대를 만나 따뜻했노라고~그대가 있어 참 좋았노라고~” 노랫말처럼 전하고 싶은 대상이다.
오늘 퇴근길엔 산울림의 ‘청춘’ 아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함께 할 것이다. 김광석의 허공이 느껴지는 슬픔이 밴 듯한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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