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동지 팥죽부터 손가락 꼽아가며
기다리던 설

두메산골 초가집 창호문에
첫 햇살 살포시 비쳐들면
엄마가 사준 설레던 설치레 차려 입고
할부지께 세배 올린다
집안사람들
큰집인 우리 집에 모여 차례지내고
노란 계란채 위에 꿩고기 뀌미* 얹은 떡국 먹고
아이들은 마당에서 서로 설치레 자랑도 하고
제기차기도 하며 논다

하늘에서 떨어진 금쪽같은 내 새끼
천자책(千字文) 공부 잘했다고
정초 세배객들에게 자랑하며
모진 세월에
한 가닥 위안을 삼으셨던
우리 할부지…

*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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