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의 여유


양종균 주택관리사

김 사장의 병무비리

 

김 사장은 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고는 하늘이 무너지는듯 했다. 그것도 병무비리에 관한 것이어서 더했다. 이미 3년 전의 일인지라 다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새삼 조사를 한다니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사실 근래 들어 신문이나 TV 등에 온통 병무비리 문제로 법석인지라 혹여 불똥이 자신에게도 튀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본다면 그야말로 鳥足之血인지라 나름대로 안심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식 놈의 병역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은 비록 군인이긴 하지만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박 원사라는 사람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안심을 하고 있었던 터였다.
남들이 병무비리 문제를 둘러싸고 분개를 하고 있었지만 김 사장은 자신이 비록 떳떳치 못하게 자식 놈의 병역문제를 해결하긴 했지만 그 사람이 여간 고맙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 사람 덕분에 자식 놈은 옛날과 달리 학교생활을 착실히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 놈의 변한 과정을 본다면 300만원이라는 돈이 결코 아깝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300만원이라는 돈이 결코 작은 돈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자식 놈 때문에 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 더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자식 하나 잘못 두어 여러 사람 잡게 되는 가 보다”
난생처음으로 검찰에 불리어간 김 사장은 아들 뻘 되는 젊은 검사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했다.
“박항노라는 사람을 알지요?”
인적사항을 묻는 인정심문이 끝나자 검사는 깐깐한 어조로 물었다.
“예, 예,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아는 사이지요?”
“저- 친구 소개로…”
“친구? 누구요?”
“예- 저- 꼭 얘기해야 됩니까?”
“허- 이 아저씨가”
김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친구의 인적사항을 아는 대로 진술했다. 사실 친구는 자신이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듣고는 군내에서 연줄이 많다는 박 소령을 소개해줬던 것이다.
“박항노에게 얼마를 주었어요?”
“돈 준 적이 없습니다”
김 사장은 일단 부인을 했다.
“이 양반 안되겠네. 다 알고 있는데, 박 원사의 수첩에 적혀 있단 말이요”
검사가 화내며 큰소리하는 바람에 김 사장은 엉겁결에 100만원 줬다고 했다.
“100만원이 확실해요?”
“예, 예 맞습니다”
“흠, 중간에서 떼먹지는 아니 했군, 무엇 때문에 어떻게 줬는지 숨김 없이 말해요”
김 사장은 200만원을 숨긴 사실이 탄로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잠깐, 잠깐 다시 말해봐요. 면제를 부탁한 게 아니라구요?”
검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제 자식 놈이 워낙 놈팽이인지라 군대라도 보내면 사람 좀 될까 해서 그랬습니다. 봐주십시오!”
김 사장은 양손을 비비며 울먹이듯 말했다.
입대자원이 많은 탓으로 고졸학력은 징집 후순위로 되는 것을 이용하여 자식 녀석은 공부하기 싫다며 아예 대학 갈 생각도 하지 않고 엉뚱한 짓이나 하고 돌아다녔다. 거기에 평소에는 멀쩡하던 혈압이 징병 신검 때면 고혈압으로 판정되어 번번이 징집보류가 되었다.
“허! 남들은 면제시키려고 뇌물을 쓰는 판에 군대에 보내려고 뇌물을 쓰다니, 이것도 비리라고 해야 하나…”
 검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김 사장을 바라보기만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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