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현대사회의 모든 국가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삶의 질’은 사람들의 복지나 행복의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기본적 척도이자 요건이다. 즉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훼손 받지 않고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이 확보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삶의 질’은 간단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삶의 질’은 물질적인 측면(의, 식, 주, 건강 등)과 정신적인 측면(즐거움, 행복감,  만족감, 친밀감 등)이 있다. 사람마다 어떤 것들이 갖춰진 상태에서 만족을 느끼는지가 다르므로 삶의 질을 예측하고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 욕구인 의·식·주와, 안전·자유 및 권리의 수준이 높을수록 전반적인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욕구는 단계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는바 가장 기초적으로 의·식·주 및 건강, 그 다음단계는 물리적 요건, 마지막으로 인간의 궁극적 만족 목표로서 문화와 여가, 사회 참여, 행복감, 안전 등이 포함된다.
 주거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면 주민의 삶의 질은 단순한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이 확충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법정 스님(1998)은 ‘삶의 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삶의 질이란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따뜻한 가슴에 있다. 진정한 삶의 질을 누리려면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마음 써야 할 것은 만나는 이웃에게 좀 더 친절해지는 것이다. 내가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다면 그 사람을 통해서 내 안의 따뜻한 가슴이 전해져야 한다. 그래야 만나는 것이다. (중략)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청빈의 덕이 자란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경제적인 결핍 때문이 아니다. 따뜻한 가슴이 없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이다.” 법정스님은 삶의 질은 경제적인 풍부함과 물질적으로 유복한 것만으로 채워질 수 없음을 지적했다. 따뜻한 가슴으로 친절을 베풀면서 이웃과 신뢰를 쌓고 규범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삶이란 나 혼자만이 아닌 상대방과의 관계성 속에서 이뤄지며 삶의 질을 높이려면 친절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어 이는 ‘사회적 자본’의 본질을 언급한 것이다.
오늘날 선진화된 사회의 시민은 생존과 경쟁력 향상과 같은 물질주의적 생활관에서 점차 개성, 심미적 가치, 자아실현, 신뢰, 규범, 사회적 네트워크와 같은 탈 물질적 생활관의 중요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물질적인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만으로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으며 특히 주거공동체에서는 비물질적 요소인 사회적 자본의 형성과 확충이 중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와 아파트 단지는 객관적인 시설이나 환경, 서비스 수준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 및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에 대한 행복감 그리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요소들의 총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 한국인의 60% 이상이 살고 있다. 아파트는 나의 개인공간보다는 공적 공간, 즉 함께 나누어 사용하는 공간이 더 많다. 아파트는 사람들 간의 접촉이 많다. 복도에서, 주차장에서, 승강기 속에서 늘 우리는 이웃사람을 만난다. 아무리 면적이 넓은 고급 아파트에 거주한다 해도 이웃과 정을 나누지 못하고 이웃과 다툼과 갈등이 있다면 ‘삶의 질’ 면에서는 행복한 수준이 아니다. 이웃과 친밀하고 인간답게 정을 나누며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질 척도인지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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