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주택관리사 김 호 열

모 아파트에는 관리사무소 종사자 중에 주택관리사 자격증 보유자가 6명이나 된다.
관리사무소장 1명, 경리 1명, 과장 1명, 반장 1명, 경비원 2명이고,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반장 1명, 경비원 2명이 고작이다.
주택관리사 자격증 과다 인플레이션이다.
이 아파트의 반장 또는 과장으로 보이는 직원이 모 인터넷 카페에 이런 사실을 글로 올리면서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장롱면허’라며 한탄했다. 이 직원도 분명 주택관리사 자격증 보유자일 것이다.
“우리 아파트에서는 주택관리사가 강아지도 물고 다니는 자격증이다 보니 관리소장의 권위는 추락해 관리사무소 지휘통솔이 힘듭니다. 더구나 동대표들이 이를 다 알고 있으니 관리소장을 종놈 취급합니다. ‘무슨 인맥으로 온 거야!’ ‘관리회사에 쬎쬎만원 줬겠지?’라고 서슴없이 지레짐작합니다. 현실이 이런데 자격증 하나 달랑 따놓고 취업이 안 된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공동주택 관리 업종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현재 ‘자격증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많은 관련법들이 자격제도를 두면서 자격증 보유자에게만 그 일에 종사할 수 있게 해놨기 때문이다.
무슨 일에든 경험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자격증 보유가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된다. 그래서 자격증 취득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취득만 해놓고 이를 활용하지 않는 장롱면허도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원에서 만들어낸 ‘자격 취득=취업’이란 등식을 굳게 믿고 달려드는 예비 주택관리사에게는 이 글이 불편할 것이다.
모든 업종에서 그렇지만 주택관리사가 특히 갖춰야 할 덕목은 기본 소양, 기본 능력 그리고 경험이다.
어쩌면 자격증은 법에서만 인정하는 덕목이지 현장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존재다.
주택관리사 자격증 하나를 취득하고 기본 소양, 기본 능력, 경험을 갖고 관리소장으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주택관리사들은 많다. 이들에게는 주택관리사 자격증은 황금면허다.
현 제도에서 자격증 양산은 당연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경쟁 또한 심해질 수밖에 없다.
주택관리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자격증의 가치 하락이 아니라 기본적인 소양과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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