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백창훈
 

꼭 내 옆에 있어 주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아
다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말아 줘
꼭 내 앞뒤에 있지 않다 해도 다음 페이지가 아닌
우리라고 하는 한 페이지 끝줄이어도 나는 좋겠어

열차를 탄다면 꼭 옆자리가 아니어도
네 얼굴이 보일 수 있는 거리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안경을 쓰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거리에서
네가 새로 나온 책장을 넘기며
가끔 머리손질도 하고 때론
손거울 보며 화장하는 네 모습을 볼 수 있는 거리
졸음이 오면 잠시 두 손 모으고 잠을 청하는 네 얼굴이
정말고와보이는 그 거리만큼만 떨어져 있으면 좋겠어

네가 우리의 열차에서 내려 다른 역으로 가거나
아니면 내가 잠깐 잠이든 사이에
옆 칸으로 옮겨가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어

내가 눈을 떴을 때 네가 보일 수 있는 거리에
항상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