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연속기획 - 음지의 노동자-미화원

 

① 시리즈를 시작하며
② 더 춥고, 더 더운 청소업무
③ 수용소만도 못한 휴게시설
④ 어머니들의 6일 근무
⑤ 시리즈를 마치며

#2011년 7월 서울 강남의 노후화된 A아파트.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용도변경으로 지하실에 설치한 42개의 미화원 휴게실. 당시 62세인 미화원 한 명이 출근해 옷을 갈아입기 위해 휴게실로 가던 중 참사를 당했다. 각 동의 지하계단 분전반으로부터 직접 전기선을 연결해 전기기구를 사용해왔는데 장마철 계속해 내린 비로 침수되면서 감전사고로 사망.
#2013년 11월 B아파트 계단에서 마포걸레를 이용해 청소하던 미화원이 갑자기 몸의 균형을 잃고 계단 아래로 넘어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2014년 1월 C아파트에서도 미화원이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승강장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중간 계단참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 CCTV 분석 결과 양손에 발판용 의자, 청소통 등을 들고 안전 난간대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사고 발생.
#2014년 6월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1층 계단에서 청소하던 미화원은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고 가슴을 만진 입주민 L씨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미화원은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생활쓰레기를 분리수거하던 중 입주민 L씨로부터 한차례 더 강제추행을 당했다.

 

주6일 근무하는 미화원들 ‘휴게시간’만 늘면 어떡하지

각종 사고 위험에 취약한 아파트 미화원들은 주로 주6일 근무를 한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고 중간에 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 토요일에는 9시부터 12시까지 오전 근무만 한다. 실질적으로 주6일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파트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아파트의 경우 하루라도 미화원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오염의 정도와 범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 
2016년 최저임금 시급이 6,030원으로 인상되면서 대부분의 미화원들은 임금 인상이 아닌 휴게시간이 더 늘어날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 휴게시간이 늘었다고 청소 업무량이 줄어드는 것이 결코 아니기에….
연초에 만난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미화반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미 휴게시간이 하루에 2시간으로 늘었다고 하면서도, 한겨울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으면서도, ‘괜찮다’며 혹여 취재 응대로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주5일 근무’로 전환·임금도 ‘인상’
진흥아파트, 미화원 처우 개선에 앞장

물론 희소식을 전하는 아파트도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에 소재한 진흥아파트에서는 최근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를 전액 삭감하는 한편 미화원을 비롯한 경비원 등의 임금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미화원들의 급여를 인상하고 오전시간에만 근무했던 토요일 근무를 휴무로 전환했다. 또 토요 휴무를 실시함으로 인해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토요 근무시간을 평일로 나눠 근무토록 배려했다. 결과적으로 이 아파트 미화원들은 주5일 근무에 임금도 오르게 된 셈이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5일 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이 더 많은 요즘, 미화원 어머니들이 토요일에도 나와서 근무하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입대의의 이번 결정으로 미화원 어머니들의 처우가 조금이라도 개선된 것 같아 감사하다”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미화원 위생시설
‘협조 의무’ 부과…현장 반영 어려워

현재 미화원들의 휴게시설과 관련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9항에 의하면 “사업을 타인에게 도급하는 자는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수급인이 ‘고용노동부령이 정하는 위생시설에 관한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수급인에게 위생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자신의 위생시설을 수급인의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절한 협조를 해야 한다”고 규정, ‘협조’ 의무를 두고 있다. 또 동법 제72조에서는 이를 위반해 수급인에게 위생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지 않거나, 자신의 위생시설을 수급인의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고용노동부령이 정하는 위생시설에 관한 기준’은 휴게시설, 세면·목욕시설, 세탁시설, 탈의시설, 수면시설로 정하고 있으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휴게시설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수급인은 도급인의 ‘협조’ 없이는 소속 근로자를 위한 위생시설 등을 설치·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위생시설 설치 의무화 법안 계류 중


이에 유승희 의원은 지난해 3월 청소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일환으로 휴게공간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최근 실시된 수원시의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소유 건축물의 청소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의 약 25%가 휴게공간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청소 및 경비용역과 같은 경우 시설 소유자가 용역을 제공받는 자여서 시설의 소유자가 위생시설을 설치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서는 ‘청소근로자에 대한 위생시설 제공 등’의 규정을 신설, 건축물 등 시설의 소유자로서 해당 시설의 청소 및 경비용역 등을 제공받는 자는 근로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 세면 등 위생시설을 설치·제공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로 아직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19대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조속한 법안의 처리가 요구된다.   

수원시, 지자체 최초 미화원 쉼터 조성

이러한 가운데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경기도 수원시가 아파트 미화원들의 근로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 이를 개선해 나가기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미화원들의 열악한 휴게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주택 설계단계에서부터 쉼터를 조성하도록 2곳의 아파트 설계에 반영한 것. 수원시 비정규직 노동자 복지센터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원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간사 조석환 의원은 “대다수 미화원들의 쉼터가 지하 구석진 곳,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 공동주택 설계단계부터 미화원들을 위한 쉼터 개선사업을 추진하려 노력했으며 이를 위해 휴게시설 세부기준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를 기점으로 수원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신축 허가 시 쉼터를 설계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특히 조 의원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미화원들의 휴게시설도 개선토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구석진 곳에 배관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입주민들이 내다버린 전기용품을 재사용하는 등 열악한 환경인 것을 파악한 조 의원은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 천장 마감을 비롯해 혹여 안전사고의 위험이 없도록 휴게시설을 개선했다. ‘우리의 어머니’일 수도 있는 그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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