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나를 결정하기도 하며, 과거의 아픈 상처가 현재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 아버지와 딸이라는 ‘파더 앤 도터’가 그렇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깊은 내상을 입은 사랑. 상처받은 사랑을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하는 영화가 ‘파더 앤 도터’다.
내 상처를 극복함으로써 다른 이들을 치유하는 사람, 상처 입은 치유자를  ‘운디드 힐러’라고 한다지.
딸 케이터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디, 아버지 제이크 데이비스역의 러셀 크로우, 카메론역의 아론 폴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펼치는 명품 연기가 손수건을 젖게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케이티의 이야기를 담은 책 ‘파더 앤 도터’는 카메론에게만 감동을 준 것이 아니리라.
아내를 사고로 잃은 슬픔도 감당하기가 어려울 텐데, 어린 딸에게 아버지라는 부성애를 보여주는 러셀 크로우의 미세한 연기가 우리들의 감성을 흔든다. 더군다나 아이들을 학대하고 가족마저 해체되어가는 이 시대에 영화의 주제곡이 우리의 영혼을 울린다.
류시화가 말했던가. 눈에 눈물이 있어야 영혼에 무지개가 뜬다고.
겨울왕국의 마지막 대사도 ‘진정한 사랑만이 세상을 녹일 수 있다’고 했지. 카펜더즈가 부른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라는 주제곡이다.
당신과 가까이 있을 때면 왜 항상 새들이 나타날까요. 나처럼, 그들도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가 봐요. 당신이 걸을 때면 왜 항상 별들이 쏟아질까요. 나처럼 그들도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가 봐요. 당신이 태어나던 날 천사들이 모여서 실현될 꿈을 만들기로 결정했지요. 달빛의 가루를 당신 금빛 머리에 뿌리고, 별빛을 당신의 푸른 눈에 빠뜨린걸요. 그래서 동네 모든 소녀들이 당신 곁을 맴도는가 봐요. 나처럼 그들도 당신 곁에 있고 싶어 하니까요. 그래서 동네 모든 소녀들이 당신 곁을 맴도는가 봐요. 나처럼 그들도 당신 곁에 있고 싶어 하니까요. 나처럼 그들도 당신 곁에 있고 싶어 하니까요.

셰익스피어 최후의 비극이라는 맥베스가 영화로 돌아왔다.
내용이사 익히 우리가 알고 있어 생략이지만 욕망이나 탐욕은 아무리 절제해도 지나침이 없으리라. 왕좌에 오를 것이라는 세 마녀의 예언을 뿌리치지 못한 맥베스.
탐욕의 달콤한 속삭임을 거절하지 못한 스코틀랜드 최고의 전사 맥베스.
맥베스를 보며 우리에게도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는데 얼마나 많고 많은 달콤한 진수성찬의 말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언어의 왕이라고 불리는 셰익스피어가 36개의 전 작품을 통해 구사한 어휘가 2만자 정도라고 한다. 현대문학에 있어 통과의례라 하며 문체의 박물관이라고 하는 제임스 조이스의 방대한 ‘율리시즈’에 담고 있는 어휘가 3만자 정도라 하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125만 단어라 했지.
말이 많아도 감동이 있으면 이렇게 위대하다.
현대철학의 거물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저서 ‘철학적 탐구’에서 말한다. 세렝게티 평원의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삶의 경험과 방식과 주어진 환경이 다른 걸 어찌하랴.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