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55>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사람은 심심한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심심하다는 것은 아기자기한 재미가 없어 따분하고 지루하고 싫증이 나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100세 시대에는 은퇴 후에 시간은 많고 할 일은 별로 없는데, 일하느라 노는 법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돼 ‘아니면 말고’식 민원과 소송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주변에 심심한 사람이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집니다.

1. 심심한 사람은 화를 자주 낸다.
“분노에는 늘 이유가 있다. 다만, 그 이유가 정당한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입니다. 분노의 본질은 믿음과 희망에 대한 좌절입니다. 내가 부탁하거나 요구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주지 않을 때 해줘도 건성건성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가끔은 부탁을 분노라는 형태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심심한 사람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는 더 조절이 안 됩니다. 평생을 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누군데’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은퇴 후 자기 전문분야가 아닌 관리분야를 보면서 어린아이 같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질문을 계속합니다. 왜 내 집 마당인 주차장에 2열주차를 하면 안 되는지, 왜 돈 받고 파는 폐품을 지정된 날짜에만 내 놓아야 하는지, 왜 층간소음이 생기도록 건설해 놓고 발뒤꿈치를 들고 다니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고 관리소장에게 아무리 이야기를 들어도 스스로 납득이 안 되니 화를 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왜’라는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세상은 발전해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2. 심심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무서운 사람 유머를 보면 소방관은 물불을 안 가리는 사람이고 눈이 잘 안 보이는 사람은 뵈는 게 없는 사람이며 노인은 막가는 인생이라 무섭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다른 시각으로 보면 소방관은 기다리기가 심심하고, 눈 나쁜 사람은 볼 것이 없어 심심하고, 노인은 할 일이 없어 심심합니다. 주변에는 어떤 심심한 사람들이 있나요? 대부분의 관리소장들은 매일 관리사무소에 출근하는 사람이나 매사에 간섭하는 사람을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사명감으로 자기만이 ‘선’이라는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이나 규정이 있어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규정이 잘 못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어떤가요? 심심한 사람과 자기만이 옳다는 사람에게는 적절한 소일거리가 필요합니다. 먼저 질문하고 과제를 주는 것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 심심한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고 일거리를 주면 최선을 다 합니다.

3. 내 감정을 내세우지 말자.
아파트는 어차피 ‘남의 집’입니다. 입주민이 공동주택을 단독주택처럼 생각하고 하는 행위를 직장인의 마인드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마인드 중에 impersonality(沒人格)가 있는데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므로 상대방에 따라 호불호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는 나의 감정을 내세우지 말고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라는 것으로 해불양수 산불토석((海不讓水 山不土石)이라는 말처럼 바다나 산은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모두 받아들여 커졌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관리는 전문분야이고 관리소장은 전문가로서 professional입니다. 프로는 차가운 머리로 판단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추진해야 하므로 성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투쟁으로는 무엇을 얻을 수 없으니 설득해야 하고 가장 좋은 설득은 공감이며 최선의 공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이 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점점 많아지는 심심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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