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초라한 내 쉼터…

신년특집 연속기획 - 음지의 노동자-미화원 온영란 기자l승인2016.01.27 18:00:52l9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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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시리즈를 시작하며
② 더 춥고, 더 더운 청소업무
③ 수용소만도 못한 휴게시설
④ 어머니들의 6일 근무
⑤ 시리즈를 마치며

 

▲ 아파트형 집합건물 미화원 휴게실


“이 정도 휴게시설이면 괜찮죠”

 

▲ 아파트 미화원 휴게실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죠”

 


미화근로자 휴게시설, 아파트가 가장 열악해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한 서울 구로구의 한 집합건물. 이곳은 지하 2층에 미화원 휴게실이 자리하고 있다. 간이 시설이 아닌 건축 당시 임대나 분양을 목적으로 한 장소다. 
미화원 1명당 개인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이 있어 소지품을 안전하게 보관한다. 싱크대에서는 온수가 나오고 압력밥솥, 대형냉장고, 에어컨, TV 등이 갖춰져 있다. 청소 구역은 미화원 1명이 3개 층을 담당하고 있다. 여유롭게 미화업무를 볼 수 있는 수준이다.
1개 층의 입주사는 대략 10여 곳, 층당 면적은 복도식 아파트보다 다소 넓다. 미화 구역 전체가 실내에 위치해 미화 업무 중 날씨로 인한 어려움은 크게 겪지 않는 편이다. 주된 입주민은 입주사의 직원으로 이용자와 미화원 간 다툼이 생길 여지는 거의 없다.
출근은 오전 7시 퇴근은 오후 4시, 휴게시간 1시간을 빼고 주당 40시간을 근무한다. 관리과장은 “미화원의 생계 보장을 위해 주당 40시간 근무를 맞춰준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적인 아파트의 상황은 달랐다. 150가구가 조금 넘는 서울시 도봉구 소재의 A아파트. 직원을 따라 미화원 휴게실을 찾아 지하주차장 계단을 내려가자 적재물들이 쌓여 있는 주차장 구석에 가벽을 세운 미화원 휴게실이 보인다. 나무 합판으로 칸막이를 만든 휴게실 푯말이 걸린 허름한 문을 열자 벽에서 나오는 차가운 냉기를 막기 위해 벽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스티로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난방이 되지 않는 노란색 장판이 깔린 바닥에는 전기장판이 깔려 있고 그 옆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놓여있었다. 협소한 공간에 도배조차 되지 않은 지하주차장 벽 그대로의 모습과 캐릭터 스티커가 다닥다닥 붙은 낡은 사물함은 아마도 입주민들이 버린 재활용품을 가져다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은 냉장고 역시 입주민들이 버린 것을 가져다 쓰다 고장이 나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지금은 겨울이라 싸온 도시락 반찬이 상할 리 없지만 올해 여름에는 음식을 어떻게 보관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들은 점심시간에도 두꺼운 패딩점퍼를 벗지 않는다. 시린 손발은 전기장판으로 잠깐이나마 녹인다 해도 시린 어깨와 등은 어쩔 수 없어 두꺼운 점퍼차림에 따뜻한 보리차 한잔으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입주민들이 버린 소파나 의자에 앉아 잠깐 쉬거나 휴게시설이 없는 곳에서도 일해 봤기에 추위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문과 다리라도 뻗을 수 있는 지금의 장소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휴게실 사진을 찍을 수 있냐는 기자의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치는 관리소 직원. 직원 입장에서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장소였으리라 짐작이 간다.
서울 관악구 소재 B아파트는 1,3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로 미화원도 12명이나 됐다. 이 아파트 역시 미로처럼 얽힌 지하주차장을 지나 미화원 휴게실을 찾을 수 있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붙은 기계실이다.
기계실 안쪽에 만들어진 미화원 휴게실은 10명이 넘는 미화원들이 모두 모여 앉는다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할 정도로 협소한 공간으로 벽과 천장 위 배관들로 인해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기계실 안쪽에 설치된 식수대는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였으며 제대로 된 가전제품 하나 보이지 않았다.
문만 열면 바로 앞에 주차된 차들이 내뿜는 매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점심때면 휴게실 안쪽 문을 철저히 닫아 최대한 먼지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고 밥을 먹는다는 미화원 아주머니.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찌개나 국 한 그릇이 간절하지만 입주민들이 음식냄새가 동을 타고 올라오고 화재의 위험성도 있다며 민원을 제기해 이젠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여름에는 지하라 지상보다 선선하긴 하지만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모두가 더위를 식힌다. 에어컨 밑에서의 휴식은 꿈도 못꾸는 것.
하지만 이들 역시 불평불만 한마디 없다. 오히려 입주민들 눈에 띄지 않는 이곳이 가장 마음 편한 장소라는 것이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미화원 휴게시설을 보여주는 것이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신축아파트든 기존아파트든 잘 갖춰진 휴게시설을 찾기 어렵고 입대의나 관리사무소에서도 이들의 처우 및 환경 개선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며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미화원으로 10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김모 미화원은 “몇몇 아파트에서도 수년간 일해 봤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휴식공간을 세심하게 마련해 준 곳은 거의 없었다”면서 “하지만 생계를 책임지다보니 환경보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아파트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미화원들, 힘들게 일하고 있지만 잠시나마 쉴 만한 공간은 거의 없다. 대부분 동 지하 적당한 곳에 칸막이를 설치해 중고 가전제품을 가져다 놓고 대충 만들어 주면 된다는 생각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고 시설이 꽤 잘 돼 있다는 아파트도 미화원들이 쉴만한 공간은 마련해 놓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거나 추운 겨울 떨면서 일한 후에도 쉴 곳은 허술한 지하주차장 및 창고, 기계실이거나 그것도 얼기설기 깔아놓은 스티로폼이 전부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마저도 위생과 건강문제 등 안전사고 위험이 항상 도래하고 환기 등이 되지 않아 호흡기 질환 등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온영란 기자  oyr@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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