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 야자한이 갇혔던 아그라성과 멀리 야무나 강 건너 타지마할이 보인다.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호기심의 나라.
막연한 동경과 여행의 낭만이 첫 발걸음에 실망과 메스꺼움으로 부딪히는 곳.
그러나 또 다시 가보고 싶은 중독 같은 여행지. 

 

인도는 이슬람과 힌두교 등 수많은 종교들과 문화가 어우러져 기하학적 문양과 화려한 대리석의 웅장하고 찬란한 건축물들의 세계문화유산들로 즐비하다.
아그라의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죽은 아내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위해 1631년에 짓기 시작해 22년만인 1653년에야 완공해 정면 마당에는 수로를 둔 전형적인 무굴양식의 정원을 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다.
후에 아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타지마할이 보이는 야무나 강을 사이에 두고 북서쪽으로 2.5㎞ 떨어진 아그라성의 한 성곽에 갇혀 생을 마감했다. 아그라(Agra)는 인도여행의 핵심이기도 하다. 인류의 요람이라는 인도. 그러나 세계의 여행자들이 꼭 한번은 가 봐야 하는 나라로 꼽고 있는 인도의 양면성에서 여행자들은 무엇을 찾으려 하는지.  

 

▲ 성스런 갠지스강에서 목욕하는 힌두교도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라나시(Varanasi)

히말라야 산맥은 델리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비행기 내에서 보면 하얀 설봉들이 네팔과 경계로 길게 이어져 있다. 히말라야산맥 남쪽 신들의 영역에서 발원한 갠지스강은 인도의 넓은 유역분지와 평원을 거쳐 바다로 흐른다. 릭샤와 자동차, 사람들로 뒤섞인 신호등 없는 거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낯선 곳에 대한 몽롱한 환각과도 같이 새벽까지 이어진다.
아침 일찍 길거리에서 짜이 한잔을 마신다. 바라나시에서 길거리 사람들에게 새벽에 무료로 나눠 주는 짜이는 홍차에 여러 향신료를 섞어 우유와 설탕을 넣고 커다란 솥에 달콤하게 끓여내어 없는 자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차다. 짜이를 마신 후 던져 깨뜨려 버리는 잔은 조그마한 일회용 찻잔으로 진흙으로 초벌만 했다. 잠이 달아나는 달콤한 향기에 좁은 골목들을 지나 가트로 간다. 가트는 갠지스강가에 성스러운 물과 인간의 땅을 이어주는 곳으로 강둑에 화강암으로 만든 계단식 둑으로 화장터이며 쉼터기도 하다.
수 킬로미터에 각각 주인이 다른 백 여 개의 가트들이 있고, 강가에는 이른 아침 뿌연 강물에 경건한 자세로 힌두교인들이 몸을 씻고 있다. 메인가트에서는 이른 아침 노숙하며 앉아 있는 노인들에게 동전을 나누어 주는 모습들도 보인다. 현실에서의 작은 나눔은 내세에서의 구원이다. 조금 있는 자들이 서로 나눌 수 있는 최소의 구원 의식인 셈이다. 성스러운 고대 도시로 잘 알려진 바라나시는 힌두교, 불교의 중요한 성지로 많은 인도 사람들은 죽어서 갠지스강에 뿌려지는 것이 구원을 받아 환생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바라나시의 가트 주변은 구도자들과 병든 노인들. 세계의 관광객으로 언제나 가득하다. 눈빛만 마주치면 손을 내밀며 쫓아오는 아이와 눈길 마주치지 않기. 길거리에 앉아있는 사람 사진 찍지 않기. 사진 찍힌 값 달라고 손 내미는 귀찮음이 괜한 두려움으로 변해 슬며시 다른 곳을 찍는 척하며 사진도 찍는다. 그러나 우리 돈 몇 백 원인 10루피의 적선도 못하는 인색한 치사함과 찜찜함은 며칠간의 여행으로 터득한 여행 법으로 내내 뒤통수를 간지럽게 한다. 생각해보면 낯선 것에 마음을 열지 못한 탓이다.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류시화 - 길 위에서의 생각

밤에는 배를 타고 갠지스강으로 나갔다. 낮에 보았던 소와 개들이 어슬렁대던 화장터의 장작들 사이로 밤이 되어서도 이곳저곳 가트에서 불길과 연기들이 보인다. 밤이면 메인가트에서는 경전소리와 함께 신을 부르는 “뿌자”라는 의식을 치른다. 그 의식을 보기 위해 수많은 작은 배들이 강으로 나가 작은 촛불들을 강으로 띄운다. 꽃잎과 함께 꾸며진 이 촛불은 디아라고 하는데 인도 사람들은 이 디아에 저마다 간절한 소원을 담아 신성한 갠지스강에 띄우고 기도한다. 오래된 건축물과 좁은 골목들. 전 세계 여행자들이 꼭 한번은 들르는 곳.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 길거리의 일상 속에 나를 찾아 떠나는 바라나시.

 

▲ 성스런 갠지스강에서 목욕하는 힌두교도들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 같은 평야들을 지나며 간혹 만나는 농촌들. 연료를 얻기 위해 소똥을 담처럼 쌓아 놓은 풍경. 관광차 주변으로 몰려드는 시골 아이들 속에 한국동란 이후 뽀얗게 먼지 날리는 미군 차 뒤꽁무니를 쫓아가던 우리의 60년대를 본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 속에 해 맑은 표정으로 땀 흘리며 릭샤를 끄는 도시의 활기찬 거리의 모습. 무질서 속의 보이지 않는 질서. 거리의 이발소. 유유자적 골목길을 걸어가는 소와 길거리에서 잠자는 개들. 경전을 넘기는 수도자와 달콤한 짜이 한잔의 여운. 카스트제도로 인해 태어나면서부터 신이 정해 놓은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만족이 만들어 낸 삶으로 행복을 채우는 사람들. 내세에는 더 좋은 신분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염원들이 있어 반짝이는 눈망울을 갖고 있는 빈민가.
다양한 문화와 수천 가지의 종교가 만나 일상을 만드는 곳.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인생에서 어디쯤인지. 길거리에서 만나는 일상들이 아편 같은 중독으로 다가와 또 다시 찾는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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