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54>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사람은 살아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처럼 언제든지 상황이 변동될 수 있으니 죽어 관 뚜껑을 덮을 때가 돼야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니 지금이 인생의 전부인 양 너무 가볍게 절망하거나 기뻐만 할 일이 아니라는 교훈이지요. 사람은 자존(自存)이 아니라 자존(自尊)이 더욱 필요한 것처럼 존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존중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의 평가도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1. 기득권에 연연하면 치사해진다.
명예를 지키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논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은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 자리를 물러나면 그 지위에서 누리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벤처기업을 창업한 사람 중에는 자본가에게 자신과 기업을 같이 팔고 기술의 완성이라는 자기의 꿈을 실현하는 경우가 있지만 과거의 지위와 돈을 다 가지려고 하면 추해집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은 돈을 모을 때 개보다 못한 짓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도 꾹 참고 성공하라는 것이고 성공한 후 그 돈을 쓸 때는 noblesse oblige의 자세로 하라는 것인데 정승처럼 벌어서 개처럼 쓰면 돈과 사회적 신분을 가졌음에도 개처럼 산다는 것입니다. 전임자가 퇴임 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성공한 사례가 없으니 후임자를 잘 키우고 응원하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길이 아닐까요?

2. 무엇을 하든 평가는 피할 수 없다.
왕조시대에는 사관(史官)이 실록을 편찬했지만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사관이 없어도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록되는 시대입니다. 기업을 창업한 사람은 성공하거나 팔거나 폐업할 때마다 교훈을 얻게 되며 특히 관리사무소 업무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입주민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것이 자서전이라면 관리소장은 단지별로 자서전 한 권씩을 쓰는 것이고 관리소장을 하는 동안은 어떤 회사, 어떤 단지에 가든지 그 단지에서의 근무기록이 따라다니게 됩니다. 항상 현재가 기억되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하고 평가는 단지를 떠난 후에 하게 됩니다. 왕도 사후에 실록으로 평가받습니다.

3.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
서유기를 보면 손오공은 필마온이라는 마굿간 지기의 직책을 주자 불만을 품고 불사의 단약과 반도복숭아를 훔쳐 먹어 영생의 몸이 된 후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는 명예직을 하사하자 그 이름을 좋아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단지에 ‘0소장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모임’이 결성됐다고 합니다. 사소한 문제로 관리소장을 사직시킨데 항의해 관리업체의 담당자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하는데 그 소장은 67세로서 고희를 맞은 후 명예롭게 은퇴하겠다고 했음에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직원간의 다툼을 잘 조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교체를 요구했고 관리업체에서는 다툰 직원들을 조사해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관리소장을 사직시키는 것으로 처리했고 고령을 이유로 전환배치를 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관리소장은 아파트라는 직장은 남의 ‘집’이라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아 功成身退(공을 세운 후 물러남)가 어렵지만 10년간의 공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하고 있는데 누가 잘못한 것일까요?  모든 순간에 사소한 일은 없습니다. 관 뚜껑을 덮을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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