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연속기획- 음지의 노동자-미화원

 

① 시리즈를 시작하며
② 더 춥고, 더 더운 청소업무
③ 수용소만도 못한 휴게시설
④ 어머니들의 6일 근무
⑤ 시리즈를 마치며

 

 

지하실 구석에서 식사하고 일할 때는 그림자처럼

복도식 아파트에 근무하는 미화원(여·60대) A씨는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지하철 세 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출근한다.
8시 30분에 단지에 도착해서 관리사무소에 인사를 하고 청소도구를 준비해 동으로 간다. 혼자 1개동(15층)을 담당한다. 가구 수로 계산하면 대략 100가구(전용 59㎡ 기준) 정도다.
오전에는 15층부터 내려오며 복도, 계단을 쓸고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다. 공용부분을 청소하는 게 주 업무지만 전용부분인 현관 같은 곳도 닦는다. 살림이나 재활용품을 복도에 모아두는 가구가 많아 복도는 음료 등 각종 이물질로 더러울 때가 많다. 
겨울에는 바닥이 얼면 낙상사고의 위험이 있어 가급적 물청소는 하지 않지만 대신 몸을 굽혀 손걸레를 사용한다. 쪼그려 앉아 복도를 닦고 계단 층계에 굳어 있는 침과 담뱃재, 토사물과 용변을 치운다.
계단과 층계 손잡이를 닦으며 한 개 층씩 내려오다 보면 무릎이 시큰거린다.
A씨는 “내 나이에 관절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일을 안 하면 더 아프다”고 말했다. 운동이 된다면서.
오전 11시에도 호흡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왔다가 사라진다. 복도에 섀시가 있지만 기온은 0도에 가깝다. 예전에 근무하던 아파트는 섀시가 없어 직접 바람을 맞기도 했다. 섀시가 없는 아파트에선 한여름 폭염에 정신이 어지러워 비틀거리다 큰일을 겪을뻔한 기억도 있다.
저층으로 내려올수록 쓰레기통은 가득 찬다. 발코니에서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 동 주위를 정리하면 점심시간이 된다. 휴게시설이 있는 지하로 내려갈 시간이다. 이곳 미화원은 혼자 도시락을 먹는다. 한곳으로 모이는 시간도 절약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안전 문제 때문에 밥을 해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낮은 천장과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무거운 공기와 곰팡이 냄새가 자욱하다. 벽은 검은 곰팡이와 결로가 맺혀 있고 각종 배관이 이리저리 얽혀 있다. 도랑에는 오수가 흐르고 벽은 조잡한 시트지가 붙어있거나 습기 먹은 콘크리트 벽 그대로다. ‘휴게’를 위한 공간이라고 보기 힘든 지하 한 구석에서 A씨는 낡은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반찬은 양파 절임과 김치.
공식적으로 전기를 쓸 수 없지만 한 구석에 접혀있던 전기장판을 주섬주섬 꺼내 콘센트에 꽂는다. 입주민이 버린 것을 주워왔다고 한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가늠할 수 없는 헤진 이불을 덮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휴게실에서도 A씨는 털모자와 외투, 목도리를 하고 있다.
A씨의 오후 일과는 계단 신주(논슬립)를 닦는 것이었다. 신주는 몇 주에 한 번씩 닦아준다. 미화반장이 신주 닦는 세정제를 나눠주면 A씨는 양동이에 받아 솔과 걸레로 계단 신주를 닦는다.
신주 닦기는 2시간 동안 계속됐다.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여 신주를 닦는 동안 입주민들은 계단을 오가고 바람이 계속 불어왔다. 춥지 않느냐는 물음에 “안 춥다. 늙은이들이 이런 것을 해야 돈을 벌지… 볕이 나서 괜찮다”고 말했다.
오후 3시가 넘자 누런 신주는 깨끗하게 빛났다. 그제야 A씨는 허리를 폈다.
A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토요일은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평일 휴게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주당 근무시간은 29.5시간이다.
지난해에는 급여로 80만원 정도를 받았다. 국민연금,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음에도 건강, 산재보험료를 떼면 실수령액은 70만원대 후반이다. 처음 아파트 미화원을 시작했을 때는 60만원 수준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8.1% 인상됐지만 인상분이 급여에 포함될지 알 수 없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휴식시간을 20~30분 늘릴 계획이다. 휴게시간이 늘어도 업무량은 그대로지만.
임금이 오르는지 어떤지 A씨는 알지 못했다.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은 기억이 없고 급여명세서도 주지 않는다.
휴게실에서도 털모자와 외투, 목도리를 하고 식사를 하며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1시간 거리를 걸어 출퇴근한다. 토요일도 2시간을 일하기 위해 왕복 2시간을 걷는다.
미화원에게 상여금을 주는 곳은 18.4%에 불과(서울노동권익센터 실태조사 2015. 12.)하다. 한 달 내내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일년 내내 묵묵히 일해도 월급 80만원. 그럼에도 A씨는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초연했다.
이날은 오전에 영하 9도, 오후는 영하 1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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