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대한민국 주거형태 중에 공동주택이 전체의 70%에 육박해 가는 지금 공동주택의 수많은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그 해결방법의 하나로 제시돼 정부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 공동체 활성화다.
경제적 고도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가 선택한 주거형태가 아파트였다. 높은 땅 덩어리에서 낮은 가격으로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주거형태가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아파트는 전통적 군집 마을 형태와는 모든 것이 판이하게 다르다. 과거 전통 주거형태는 사회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생활공동체를 이룰 수밖에 없는 삶의 형식을 갖췄으나 지금의 아파트는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많은 인구가 좁은 땅에서 살아야 하다 보니 주거 집약형에 가장 적합한 모델로 아파트가 나온 것이다.
생각과 뜻이 다르고, 생업이 서로 다르고, 출퇴근 시간이 다르고, 생활 패턴이 다르고, 관심사가 서로 다른 즉, 공통관심사라고는 아파트 가격 올리기 외에는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집단으로 특정 아파트의 한 공간을 차지하며 살고 있다.
전통적 주거형태와 비교해볼 때 아파트는 이웃과의 유대관계가 없으며 삭막하고 정을 찾기 어렵다.
정서적으로 상호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너무 가깝게 있다 보니 사소한 것에서 문제가 생기면 분쟁과 갈등이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나의 이해관계만을 생각하고 남의 다른 점을 이해하지 못하니 양보나 배려는 없고 주장과 내 이익 챙기기에만 골몰한다.
자기 집에서는 혼자 살지만 공동주택 개념에서는 혼자 사는 집이 아니기에 지켜야 할 공중도덕이 있지만 나만 편하면 그만이고 남들이 모르면 그만이라는 의식에서 비양심적인 일부 거주자들의 불법행위가 공동주택의 공중질서를 망치고 있다.
도덕성과 상식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계도하고 올바른 공동체 공동주택 사회를 만들고자 정부에서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의 장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주거 집약형의 취지는 경제적 이유에서 나온 물리적 공간 만들기가 목적이지 공동체라는 정신적 공간 만들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서로 배려하면서 잘 지내라고 귀가 따갑게 얘기한다고 해서 이게 과연 이뤄질까?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는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다.
공동주택 거주자와 공동체 활성화 추진자는 이런 현실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공동체 활성화가 왜 필요한지도 알 것이며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공동주택 주거생활에서 얻는 편리함을 이익만큼, 남에게도 배려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질 때, 이웃과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 사회가 이뤄지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오로지 국가발전이라는 한 목표를 향해 너무 빨리 달려오다 보니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고, 그 중의 하나가 공동주택 문제이다. 이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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