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45>


 

 

당랑박선이란 장자의 산목편에 나오는 말로서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한다는 뜻으로 어느 날 장자가 밤나무 숲에서 유난히 큰 까치를 잡으려고 활을 겨누고 있는데 앞을 보니 까치는 사마귀를 노리고 있고 사마귀는 매미를 노리고 있는 것을 보고 눈앞의 욕심에 뒤의 위험을 모르는 것을 탄식했다는 이야기인데 정작 장자는 자기 뒤에서 밤나무를 지키는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1. 사마귀가 매미를 잡았다면?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고 까치는 매미를 먹은 사마귀를 잡아먹고 장자는 매미를 먹은 사마귀를 잡아먹은 까치를 잡았다면 과연 장자는 세 가지를 다 잡은 것일까요? 매미가 자기를 노리는 사마귀를 알았다면 사마귀는 까치가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사냥꾼이 활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까치가 알았다면 장자는 밤나무 지기가 몽둥이를 들고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매미는 수액을 포기하고 달아났을까요? 매미나 사마귀나 까치는 생존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니 말릴 수 없고 말려서도 안됩니다. 그런데 장자는 밤나무 밑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까치를 잡으려 했을 뿐이고 생각을 하면서 깨닫고 있었는데 밤나무를 지키는 사람은 장자를 밤도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2. 장자는 밤을 따려고 하지 않았다.
장자는 까치가 다른 까치보다 커보여 잡으려고 활을 겨누었다가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깨닫게 됐고 그 후 바로 밤나무 숲을 떠났으며 밤을 따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밤나무를 지키는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떤 아파트에서 작은 공사를 하면서 직원들이 도와줬다는 이유로 공사업자가 관리소장에게 직원들과 식사를 하라며 10만원을 줬고 관리소장은 이 돈으로 직원들과 점심을 먹었는데 어떤 입주민이 이 사실을 알고 관리소장이 공사업자에게서 금품을 수수했다며 관리회사에 제소해 관리소장이 사직한 일이 있습니다. 관리소장이 업자에게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많은 돈도 아니며 공사업자가 공사 중 직원들의 도움에 감사해 밥을 한 끼 대접한 얼핏 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문제는 밤나무를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참외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는 말이 있습니다. 오해받을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유와 금액에 불문하고 회사에 가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강조하고 돈 받는 소장을 채용하는 회사라고 몰아붙이니 어쩔 수 없이 사직한 것입니다.

3. 누군가 보고 있다.
밤나무 숲에 간 것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밤나무를 지키는 사람의 생각이 문제인가요. 참외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맨 사람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멀리서 보고 참외도둑으로 몰아붙이는 사람이 문제인가요. 관리소장으로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직원들이 안쓰럽고 단지 내의 공사를 할 때는 어차피 직원들이 공사장 정리 등을 해야 하며 공사업자는 이를 고맙게 생각해 점심값을 줬고 전 직원과 식사를 했는데 이런 일도 누군가 노리고 있으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같이 점심을 먹은 직원이 입주민에게 그 사실을 제보했다는 것이니 그 관리소장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요? 아무 생각 없이 한 점심이 그 아파트에서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 보고 있습니다. 안이한 생각을 버립시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