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44>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최근 케이블TV 프로그램 중에 ‘미사고’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를 줄인 말인데 솔직한 반성과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과 이러한 마음을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시청자들이 공감하게 됐을까요?

1. 왜 미안해할 일이 생길까요?
백수의 제왕이라는 사자의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며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숫사자는 사냥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을 입증해 종족번식에 우선권을 갖고 일상의 생활은 암사자들이 사냥한 고기를 먹고 삽니다. 그러다 늙어 힘이 없어지면 무리에서 떠나 홀로 죽어 가는데 어떤 사자에게도 그동안 무리를 지켜줘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합니다. 왜냐고요? 군림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생태계에서 너무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모여서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하는데도 내 욕심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공로와 과실을 독식하고 남의 어려움을 모르며 남이 잡은 고기를 먹고 살면서도 고마움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군림하면 외톨이가 됩니다.

2. 내 주변의 미사고 대상은 누구인가요?
미사고의 대상은 가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라고 모두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일 할 기회를 주고 위험과 문제가 생겼을 때 지원하며 도와준 모든 사람이 미사고의 대상입니다. 입주민들은 동대표의 희생을 모릅니다. 어떤 단지의 관리사무소장은 동대표들이 모두 바빠서 전원이 참석할 수 있는 회의일정을 잡는 것이 가장 큰 일이고 평균 5회 이상 전화를 해 일정을 잡아 놓아도 갑자기 출장 갈 일이 생겼다며 일정변경을 요구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도 꼭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열정이 고마워 힘든 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마운 일이나 미안한 일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관리소장으로 채용해 주고 어려움이 있을 때 조언과 해결에 도움을 준 관리회사의 관계자, 잘 못될지도 모르는 실수를 미리 지적해 준 사람, 잘 모르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 등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에게 도움을 준 모든 사람이 고맙고, 나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나 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 사람에게 미안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먼 남의 일에는 관대하면서 내 주변의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가요? 누군가는 의결해야 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3. 몰라서 고마워하지 못한다.
왜 미사고가 안 될까요? 관리는 입대의의 의결과 관리소장의 집행 및 관리회사의 확인 과정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하는데 일부 보도를 보면 극히 일부의 사실을 전체의 일로 과장하면서 동대표는 재물을 탐하는 사람으로 공사업자나 관리회사는 동대표를 돈으로 매수하는 파렴치범으로 폄훼하고 관리소장은 동대표에게 핍박을 받는 사람으로 표현하니 관리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무보수로 성실하게 소신을 지키고 단지발전을 위해 애쓰는 동대표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을 서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에 있을 때는 동대표나 관리소장, 사업자들이 모두 정직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다가 막상 입대의의 구성원이 돼 보면 관리업무가 상당히 정교하고 관리규정이 섬세하며 그 무엇도 한사람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래도 ‘그때는 내가 잘 못 생각했다’고 사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덕의 잣대로 보면 누구도 완벽하게 착한 사람이 없지만 말 듣기 싫다고 아무 일도 않고 임기를 끝낼 수는 없지 않나요?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미사고’ 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