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정말 따스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우리의 전통한옥을 널리 알리는 명품고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한옥스테이 고택과 종택들 중 문화재로 지정됐거나 150년 이상 된 한옥 중 종부가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는 한옥들을 명품고택으로 지정했다.
안동의 농암종택도 명품고택의 하나인데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종가 이야기를 듣고 종가음식을 맛보며 안동의 선비문화와 농암종택의 역사를 배우고 느끼는 멋진 시간이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효와 시가 흩뿌려진 농암종택을 중심으로 월영교, 도산서원, 하회마을, 병산서원을 두루 여행하며 가을 햇살 속에 따스한 감성을 가득 채워 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인 월영교는 야경이 예쁘다는데 가을빛을 머금은 풍경이 더 황홀했고 글소리마을의 차체험관에서 마신 국화차가 가슴까지 따스하게 했다.

퇴계 이황을 배향하는 도산서원을 거쳐 농암종택에 여장 울 풀었는데 농암종택을 이야기하며 퇴계선생을 빼 놓을 수 없다. 퇴계선생이 도산서당을 세운 후 청량산까지 산책하며 걸었던 예던길은 낙동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는데 9년 전 나와 함께 걸었던 딸아이는 고3 수험생이 됐다. 그때 어떤 생각으로 걸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도산서원은 천원권 지폐에도 나오는데 하얀구름을 머금은 맑은 하늘과 조금은 여려 보이는 단풍들이 수줍어 했지만 가을가을한 느낌이었다. 서당에서 시작해 퇴계선생 사후에 후학들에 의해 우리나라 대표 사액서원으로 영남유학의 본산으로 불리운다.

디지털 문화에 길들여진 우리는 이런 공간의 여행을 통해 선비들의 여유로움을 배워야 한다.
도산서원을 뒤로 하고 차로 20여분 달려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농암종택을 만나게 된다.
농암의 종택을 지키는 17대 종손 이성원님의 종가이야기를 들은 후 종부 이정원님이 차린 농암종택의 종가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음식이라기 보다는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우리 고유의 전통 이야기를 먹는 듯 마음도 따스했고 생각도 여유로워졌다.
농암종택 주변에는 분강서원과 강각, 애일당이 있는데 모두 한옥스테이가 가능하다.

긍구당을 옆에 두고 별채에서 묵었는데 참새의 지저귐이 새벽을 열고 하늘을 열었다.
별채의 방문을 열면 농암종택 사랑채의 가을국화가 손을 비비고 한박자 늦은 인사에 토라진 긍구당 코스모스는 분강서원 담벼락을 따라 달리며 낙동강의 물안개를 부른다.
새벽바람에 가슴을 한 대 맞은 소심한 나는 방문을 닫고 디지털공간에 내 감성을 뿌려본다.
여행은 누구나 떠날 수 있지만 담아오는 시간과 추억은 천차만별이다.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감동하고 어떤 여운이 남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명품고택 농암종택에서의 하룻밤은 이 가을 내 감성을 황홀하게 했다.
누구보다 조금은 더 행복한 가을을 보내는 건 아닐지….

 

   여행정보

한국관광공사 명품고택
hanok.visitkorea.or.kr/kor/hanok/house/house_detail.do
농암종택 (www.nongam.com)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612 / 054-843-1202
도산서원 (www.dosanseowon.com)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680 / 054-840-6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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