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진 은 주  여행객원기자

홍냐홍의 비행(jineunjoo502.blog.me)

 

제주도에는 풍경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제주도의 오름을 추천하는 이유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도는 눈높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2593에 위치한 아끈다랑쉬오름은 다랑쉬오름과 마주 보고 있다.
다랑쉬오름과 비자림, 용눈이 오름 사이에 위치해있는데 위쪽으로는 움푹 팬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름의 허리 부분까지는 삼나무, 편백 나무, 해송이 있고 그 위쪽으로는 억새, 절굿대, 가시 쑥부쟁이가 자라고 있다.
이 다랑쉬오름의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아끈다랑쉬인데, 여기서 ‘아끈’은 ‘작은’이라는 뜻이다. 아끈다랑쉬오름 길 입구에는 표지판이 세워져있는데, 0.4㎞라고 표시돼있다. 때문에 정말 빠르게 갔다 올 수 있는 거리이다. 다만 올라가는 초입 부분이 경사진 데다가 바닥이 흙이어서 많이 미끄럽기 때문에 운동화가 필수이다.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이 위치한 곳 주변으로는 드넓은 밭이 펼쳐져 있다. 인적도 드물어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10년 전쯤 많이 알려졌던 섭지코지나 성산일출봉 같은 관광지는 지금 중국인들로 뒤덮여있지만 요즘 국내에서 뜨고 있는 이런 오름들은 중국인 한 명 찾아볼 수 없어 한적하고 좋다.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오래된 관광지보다는 이런 오름이 제격이다.

 

비탈길을 올라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면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조금씩 더 넓어진다. 초록 밭 가운데 눈에 띄는 갈색의 밭에서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느 정도 올라오니 맞은편의 다랑쉬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뾰족뾰족한 나무들이 산 아래에 정렬되어있고 오름 중앙으로 아주 얇은 등산로가 보인다. 점차 정상에 다다르니 하늘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든다. 주변으로는 높게 자란 풀과 억새들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눈앞으로 보이는 건 파란 가을 하늘에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뿐이다. 주변이 적막한데 들리는 건 오로지 바람소리뿐. 아무도 없는 초원을 홀로 걷는 기분이다. 이것이 진정한 힐링이다.
정상을 걷다보니 왼쪽으로는 멀리 바다도 보이고 해안가의 마을들도 아주 작게 보인다. 아끈다랑쉬에 난 길은 길도 좁을 뿐만 아니라 양옆으로 풀이 숲처럼 우거져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팔을 휘저으며 걸어야 한다. 때문에 주변을 신경 쓸 새가 없었는데 문득 발아래를 보니 예쁜 꽃들이 군데군데 피어있다. 색깔도 모양도 알록달록한 꽃들. 처음 보는 꽃들을 비롯해서 6~8가지의 꽃 종류를 본 것 같다. 꽃 덕분에 오름 위에서의 걸음이 조금은 느려졌다.
사실 아끈다랑쉬 오름 정상 역시 다랑쉬오름처럼 분화구같이 움푹 패어있는데 높은 가장자리와 패인 중심부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알아채기 쉽지 않다. 그냥 평평한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억새와 풀로 가려져서 더 그 차이를 느끼지 못 했던 것 같다. 다만, 다랑쉬오름 정상에서 아끈다랑쉬를 내려다보면 움푹 팬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멀리 걸을수록 더 무성해지는 식물들을 헤치고 시원하다 못해 매서운 바람까지 뚫고 끝 쪽으로 걸어갔다. 바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고 사람은 없어서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오름 끝까지 걸어간 끝에 만난 절경은 바람만큼이나 시원하다. 절벽처럼 깎아지른 오름 아래로 밭들이 펼쳐져 있고, 앞으로는 다른 오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정면으로 저 멀리에는 성산일출봉까지 보인다. 맑은 날씨 덕에 멀리 바닥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수많은 구름의 그늘 속에 가려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하면서 가을의 색을 드러내는 풍경! 구름의 그림자가 흘러가는 걸 마냥 지켜보면서 앉아있고 싶은 곳이다. 오로지 바람과 가을만 느낄 수 있었던 아끈다랑쉬오름!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완연한 가을이 되었을 땐 억새가 장관을 이룰 것 같다. 인적이 드물어서 적막한 분위기에 무서운 기분이 들 정도이지만 오롯이 자연 속에 파묻혀서 힐링할 수 있었던 곳이다.
가을에 제주도를 찾는다면, 가을바람과 하늘, 그리고 노랗게 익은 밭을 내려다볼 수 있는 오름으로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