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장 석 춘  입대의 회장
서울 성북동아에코빌아파트

 

 

지난 7월 아파트 개별난방공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갑’과 ‘을’로 표시하던 계약당사자의 약칭을 ‘동’과 ‘행’으로 바꾸고 8월에는 관리업체와의 계약도 같은 방식으로 체결했다.
우월적 위치에 있는 일방을 ‘갑’이라고 하고 상대방을 ‘을’이라고 하는 소위 ‘갑을관계’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공정한 입장에서 평등한 관계가 유지되는 ‘함께 행복한 동행(同幸)’을 하고 싶어서였다.
흔히 ‘갑질’이라고도 하는 ‘갑’의 횡포는 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잡고 휘두르는 ‘어리석은 자의 만행’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에도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회사, 입대의와 입주민, 입대의와 부녀회 등 단체, 동별 대표자와 관리소장, 관리소장과 직원들, 입주민과 경비원·미화원이 소위 ‘갑을관계’이며, 아파트와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와도 소위 ‘갑을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가 발전하려면 유능한 관리회사와 관리소장이 있어야 하고 입대의는 입주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부녀회 등 아파트 활동단체는 아파트 발전의 활력소다.
경비원과 미화원이 없다면 아파트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개별난방공사 시공업체와 정당한 절차에 의해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업체의 전문성을 믿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공사가 잘 마무리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지원해야 한다.
서울 성북구는 올해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마음이 모여 마을이 되는 동행(同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행’은 성북구 구민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상생하자는 취지로 내건 구호다.
성북동아에코빌아파트는 지난해 3월부터 “경비원·미화원도 우리 아파트의 가족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시작으로 관리업체는 ‘입주민 친절하게 모시기 운동’을 전개했고, 부녀회는 자발적으로 매월 아파트 외곽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6월 말과 연말에는 입대의의 운영비를 절감해 경비원·미화원을 포상하고 위로와 격려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입대의에서는 근로자 최저임금 100% 실시를 앞두고 있었지만 경비원·미화원의 고용안정을 선언했으며 올해 7월에는 성북구청의 50% 지원을 받아서 경비원·미화원 휴게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현재 우리 아파트 입대의의 의사결정은 ‘표결처리’가 아닌 ‘전원일치’로 이뤄지고 있다.
아파트의 운영은 ‘효율성’보다는 ‘공동체의 화합’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소통’과 ‘역지사지’로 전원 의견일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들의 결실로 서로 간의 오해와 불신은 사라지고 이해와 양보가 싹트고 있다.
지난해에는 ‘CCTV 교체공사’와 ‘어린이놀이터 공사’를 마치고 올해에는 말 많고 힘들다는 ‘개별난방공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 모든 것은 신뢰회복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입주민들의 표정은 더 밝아졌고, 아파트는 더 깨끗해졌고, 관리소 직원들은 행복해한다.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어가는 시도 중의 하나로 갑·을 계약서를 동·행 계약서로 바꾼 우리 아파트의 작은 노력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돼 전국의 모든 아파트가 우리 아파트의 캐치프레이즈인 ‘입주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아파트’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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