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39>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수호지는 108명의 호걸들이 양산박이라는 곳에 모여서 부패한 세상의 관리나 나쁜 사람을 혼내주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적으로는 범죄자들의 집단입니다. 수호지 내용의 대부분은 누구는 어떤 죄를 짓고 양산박에 들어 왔는가 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러면 양산박의 두목은 누구인가요? 바로 급시우(及時雨 ) 송강입니다. 말단 지방관리 출신에 불과하고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능력도 없는 것으로 표현된 송강이 개성과 능력이 뚜렷하고 다들 한 성질 하는 사회의 골치꾸러기들인 108명을 대표하는 총두령이 된 것입니다.

 

1. 개인은 호걸, 집단은 오합지졸
양이 이끄는 사자의 무리와 사자가 이끄는 양의 무리가 싸우면 후자가 이긴다고 합니다. 개인이 아무리 강해도 오합지졸은 일사분란한 조직력을 이기지 못합니다. 수호지의 인물들은 하나하나는 강하나 조직으로서는 약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양산박에 모이기 전까지는 세상의 부패한 세력들에게 곤욕을 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양산박으로 모여들어 조직화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가장 주요한 것이 조직과 리더지요. 송강 역시 지방의 하급관리지만 의리를 위해 사람을 죽이고 양산박에 왔으며 양산박에는 조개라는 총두령이 있었는데 조개는 송강에게 총두령을 양보하려고 하고 송강은 이를 만류합니다. 그 후 조개가 죽자 송강이 총두령이 되는데 도대체 송강의 리더로서의 자질은 무엇이었을까요?

 

2. 무능의 리더십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과 10개를 세 무더기로 나누는 결정권을 한사람에게 준 다음 차지할 때는 다시 추첨으로 하도록 한다면 과연 나누는 사람은 어떻게 나눠 놓을까요? 자기가 가장 좋은 것을 차지할 확신이 있으면 8:1:1이나 9:1:0으로 나눠 놓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추첨결과 자기가 0이나 1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보통은 4:3:3 정도로 나눠 소득의 극대화가 아니라 손해의 최소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나요? 무지의 베일 안에 있는 사람의 결정은 남들이 보기에는 무미건조하고 무능해 보이지만 정의로운 결정입니다. 관리업무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관리는 선택이므로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과연 송강은 무능한가?
양산박의 송강은 쌍도끼로 하루에 200명의 목을 자르는 능력도, 하루에 800리(320km)를 달리는 재주도 없고, 재산도 권세도 많지 않으며 지모가 뛰어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려고 하고 그의 말을 경청합니다.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 사람의 말이라면 믿는다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왜 양산박 사람들은 송강 앞에서 자기를 낮출까요? 송강보다는 다른 호걸들을 생각해서입니다. 다들 독특한 능력이 있어 누구도 양산박에서는 챔피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는 것이지요. 입주자대표회의도 구성원 간에는 챔피언이 없습니다. 다들 동일한 의결권을 갖고 있으니 여러 사람의 의사를 모아 하나의 결론을 내는 의결을 하려면 송강처럼 좀 무능해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송강은 무능하지 않습니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인품과 양보하는 리더십으로, 조직을 위해 자기의견만을 주장하지 않고 여러 의견을 듣는 방법으로 무지의 베일 속에서 합의를 이뤄가는 것입니다. 나는 정의로우며 적당히 무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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