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저 멀리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는 슬퍼하지도 않고 서러워하지도 않는 김정호의 님 찾는 ‘하얀 나비’다.
저 멀리 하얗게 밀려가는 파도는 엄마 품이 아무리 따뜻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는 진미령의 ‘하얀 민들레’다.
싱싱한 희망의 블루칩이요 아이콘인 사람들이 좋아, 나의 눈은 싱싱한 사람들을 따라 다닌다. 너무 빤히 본다고 할까봐 나는 지금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하얀 빨래처럼 하늘에 걸린 구름도 기웃거리느라 구조라의 하늘을 떠날 줄 모른다. 잘 익은 복숭아처럼 탐스런 엉덩이를 흔들며,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표절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저 싱싱함의 용기에 나는 침을 삼킨다. 대권 잠룡들이 포장한 명품의 카피보다 모든 포장을 훨훨 벗어던진 저 진여의 아름다움은 자연이요, 풍경이다.
세속적인 갈망과 욕망을 던져 버리고 바다에 퐁당 빠지면 우주가 되고 자연이 된다. 삶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했다.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반드시 기쁨의 날이 온다고도 강조했다.
두 번은 살 수 없는 인생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어 우리는 참는다.
우리에게 두 번은 없다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구조라에 발을 담근다.
마들렌 과자를 입에 넣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프루스트가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구조라의 평상에 몸을 눕혔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의 여성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라는 시에도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고 했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했다. 그래서 나도 1인당 15,000원 하는 바나나보트를 6명의 맨꽁무니에 타고 물살을 가른다. 
그래, 찜통이니 용광로니 해대도 여름은 그리 길지 않고 몸을 담글 수 있는 시간은 서둘러야 한다. 벌써 가을의 전설을 알리는 마라톤대회도 있다. 주문한 치킨이 배달되고, 오늘은 내가 쏜다. 언젠가 비밀이 탄로나겠지만 손자 손녀들 중 3명은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할아버지가 제일 부자인줄로 알고 있다. 나는야 맥주 캔을 한 손으로 치켜들어도 무겁질 않고, 하늘도 그렇게 높은 줄 모르겠다.
저 유명한 화개장터의 노래에도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인데 모래보다 많은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두 다 모인 구조라. 한나절의 물장구가 한평생의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울수록 더 아름다운 바다가 하나로 되는 풍경은 행복이다.     
긴 여름의 낮도 바다에 오면 짧아지나 보다. 망치에 있는 ‘꿈에 본 펜션’이란 숙소로 돌아와 문화상품권을 걸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다.
일만원권 문화상품권 열다섯 장이 상품으로 다 나가도 아이들은 방음 잘된 2층에서 계속 노래를 부르고, 우리들은 바깥으로 나와 숯불 피워 고기를 굽는다.
집을 떠나오면 놀자판 후에는 먹자판이 순서다.
불안하고 고독한 위로의 들러리로 저 골목 끝에서 홀짝거리는 술잔이 아니라 코 끝을 마비시키고 혀 끝을 졸도시키는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파라다이스다. 희망의 에너지원이 되는 먹자판에 무슨 특별 레시피가 필요하리. 이름도 멋진 ‘처음처럼’을 마시고 하늘을 쳐다보니 바닥에서 갑자기 튀어 오른 바닥분수처럼, 바다 위에 솟은 보름달이 휘영청 멋진 풍경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