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일기

 

 

입대의 최 병 용 회장
경기 청평 삼성쉐르빌

입대의와 시행사의 방음벽 설치 합의서가 작성된 후 2012년 11월 시행사, 철도시설공단, 입대의 3자가 참여하는 ‘방음벽 설치 조정 회의’가 열렸다.
철도시설공단은 “현 소음 기준으로는 공단에서 방음벽을 설치해 줄 수 없다. 시행사에서 방음벽을 설치하겠다고 해도 공단에서 기부체납을 허가하기 전에는 철로 부지 내에 임의로 방음벽을 설치할 수 없다. 기부체납 허용 여부는 철도의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 와서 들은 소음이 심각하니 방음벽 설치에 시행사와 입대의가 합의하면 기부체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며 경춘선 철도공사 개시 후 사업시행이 이뤄진 아파트라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만 강조했다.
입대의는 “시행사에서 방음벽을 설치해주겠다고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 그런데 소음피해를 야기하는 당사자인 공단이 기부체납마저 거부한다면 납득하기 힘든 처사이고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공단을 상대로 우린 어떤 싸움이라도 감수하겠으니 반드시 기부체납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단은 “기부체납을 허가하는 결정이 나더라도 방음벽을 설치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이 방음벽을 30년간 유지보수할 비용을 미리 내야 한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방음벽 설치 합의를 겨우 이끌어냈는데 30년간 유지보수 비용이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유지보수 비용을 반드시 설치주체가 납부해야만 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경우도 유지보수비용을 납부하지 않으면 기부체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방음벽 설치비용과 30년간 유지보수 비용의 예상금액을 알려 달라”고 하자 “200m 방음벽 설치비용이 약 2억원, 30년간 유지보수 비용은 4억~5억원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방음벽 민원 해소를 위해 무려 7~8억의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시행사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시행사는 “합의서를 준수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하고 공단은 기부체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말을 하고 회의는 성과 없이 끝이 났고 마치 더 큰 숙제가 산더미처럼 생긴 기분이었다.
방음벽을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데 필요한 총 비용이 어림잡아 계산해도 7~8억원 정도가 되는데 시행사 내부적으로도 결단이 쉽지 않겠다는 우려가 들었다. 그래도 시행사가 서명한 합의서를 갖고 있기에 방음벽 설치는 반드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며 기다렸다.
다행히 공단에서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기부체납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연락이 왔고, 시행사에 수차례 내용증명과 공문, 민원을 넣으며 ‘방음벽 설치 합의서 이행’을 촉구했지만 ‘합의서를 이행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답변만 할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왜 이렇게 방음벽 설치가 지지부진한가? 시행사 내부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나?’ 여러 경로로 알아보니 시행사 위에 원청 시행사라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원청 시행사는 아파트 사업을 처음 추진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시행사인데 지명도가 낮은 원청 시행사일 경우 분양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대형 시행사를 일종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사업에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실질적인 자금줄을 쥐고 있던 ‘호박’이란 원청 시행사가, 시행사인 대한토지신탁이 합의한 방음벽설치를 거부하면서 방음벽 시행이 점점 미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분양계약을 체결한 대한토지신탁만 압박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다.

실질적인 자금은 원청 시행사가 갖고 있고, 시행사는 원청 시행사의 자금 중 일부를 보증금으로 보관하고 있으면서 아파트 분양사업이 종료되면 그 보증금을 원청 시행사에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일종의 동업을 해왔는데 사업기한이 만료됐으니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원청 시행사와 방음벽 민원을 해결해야만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시행사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방음벽 설치 합의가 표류하고 있었다.
원청 시행사는 입대의와의 미팅 자리에서 “분양시장 침체로 10% 정도 미분양이 있어 금융비용이 추가로 들어 방음벽 설치를 위한 비용 7~8억을 부담할 수 없는 상태이고 현재 자금난으로 파산할 직전에 처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고 방음벽 설치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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