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송 연  배  귀  선

아들아이 휴가라며 자동차 한가득 짐을 부려놓는다
잿빛 털 초록눈동자 러시안블루 한 마리
방석 변기통 밥그릇 장난감
녀석의 화려한 생활
자유로웠던 나의 근거지 모두 점령당한 채
사라지는 주인 향해 눈 흘겨도 소용없다
낯선 곳의 불안과 호기심
경계를 풀지 않고 이 곳 저 곳 기웃 댄다
초조한 눈빛으로 침대 밑 숨어버린 녀석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다
안쓰러운 마음에 안아주며 토닥토닥
휘다닥 줄행랑치는 녀석

잡을 새 없이 흰 살점 떨어진 다리에선 붉은 피 뚝뚝 흐르고
공간의 자유를 차압당한 첫날
고약한 동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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