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31>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옛날에는 빈대와 같이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불을 켜면 없어졌다가 불을 끄고 자려면 물어대니 얼마나 얄미우면 초가삼간에 불을 지르고 빈대가 타 죽는 것을 보면서 기뻐했을까요?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전부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 한 내용을 보면 관리라는 초가삼간을 태우려는 것이 아닌가 해 우려스럽습니다.

1. 개정안은 업체 선정권의 박탈이다.
개정안에 의하면 사업실적은 계약 목적물의 규모 또는 양의 3배 이내만 제한할 수 있으므로 500가구의 아파트에서는 1,500가구 이상을 관리하는 회사는 모두 입찰에 참가시켜야 하고, 기술능력은 입찰대상자가 10인 이상인 경우에만 제한하며 적격심사 결과 동점이나 동일가격인 경우 추첨으로 낙찰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업체의 능력에 따른 변별력이 제로로 되면 이 내용을 시뮬레이션해 보니 대부분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는 ‘추첨’으로 해야 하고, 공사나 용역업자인 경우 ‘최저가’로 선정해야 하도록 돼 있습니다.

2. 전문관리를 위한 사업자들의 능력발전 노력은 필요 없다?
주택법 제5장 제2절의 제목은 ‘주택의 전문관리 등’이며 제53조에는 주택관리업을, 제53조의 2는 주택임대관리업을 제55조는 주택관리사를 관리소장으로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대로라면 공동주택의 전문관리는 등록을 했거나 자격증을 갖춘 사람이 하라는 것인데 주택관리업자는 주택관리사 등 5명의 기술인력과 자본금 2억원, 양수기 1대와 누전측정기 1대만 있으면 등록할 수 있고, 공사업자나 용역업자의 경우에도 일정한 기준만 갖추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등록만 하면 누구나 전문관리 능력이 생기는 것일까요? 주택관리업자가 존속하려면 5명 이상의 법정 기술인력의 인건비 등 월 3,000만원 이상의 최소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며 전국적으로 약 600개 이상의 주택관리업자가 의무관리 단지 약 2만개를 관리해야 하니 몇 개 단지를 관리해야 회사가 존속할 수 있을까요? 전국평균 위탁수수료가 2015년 6월 현재 ㎡당 6원이니 500만㎡ 이상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재도장 공사를 5년마다 하면 4,000개 단지가 공사해야 하는데 등록업자는 2,000개사가 넘으니 1년에 몇 개 단지나 공사를 해야 회사가 생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여건에서 회사가 존속하려면 투자를 통해 자본금, 기술능력, 실적을 갖추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국토부의 이번 개정안은 이런 노력에 대한 변별력을 없애고 추첨이나 최저가로 업자를 선정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을 한다는 것으로서 사업자들에게 더 이상 관리능력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말고 요행에 의지하거나 출혈경쟁을 하라는 것이니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3. 관리품질은 어떻게 확보하나?
더 큰 문제는 공사나 용역업체를 감독하고 관리의 품질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관리소장들인데 추첨과 최저가로 낙찰된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으니 본사에 지원인력을 두지 못하는 관리회사는 모든 관리책임을 관리소장에게 전가하게 되고, 공사나 용역업체의 부실에 대한 책임도 관리소장이 져야 하며 입주자대표회의는 자기 단지의 수준에 맞는 업자 선정기준을 정할 수 없어 할 일이 없어지게 됩니다. 일부 부도덕한 동대표와 담합이나 뇌물을 주는 공사업자를 근절하려는 목적은 좋으나 이를 사실상 업체 선정권 박탈로 이루려 할 것이 아니라 전문관리 능력을 키워주는 여건을 마련하고 빈대만을 없애는 제도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초가삼간을 태우면 빈대만 죽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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