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일기

 

 

입대의 최 병 용 회장
경기 청평 삼성쉐르빌

입주 3년차인 필자의 아파트 하자 문제 중에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진행형인 문제가 방음벽 설치다. 아파트에서 직선거리로 150~200m 정도 떨어져 경춘선 전철이 지나다니며 내는 소음으로 입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겪고 있지만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방음벽 설치를 위해 싸워 온 과정을 통해 유사한 소음피해를 겪고 있는 아파트들에게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
입주가 완료되는 시점에 당연히 설치돼 있어야 할 방음벽이 입주 후에도 설치가 돼 있지 않았다. 전철이 아파트 옆으로 지나가고 있으니 ‘방음벽이 설계에 반영돼 있겠지’라고만 생각하고 입주 후에도 설치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고 입주할 것을 알았다면 미리 대책을 마련해 수월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을 텐데 말이다.
분양 당시 모델하우스 분양 팀이 “입주 전까지 당연히 방음벽이 설치될 것”이라고 홍보했다는 것을 증언하는 입주민도 있지만 그 말이 법적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녹취’ 같은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 가장 뼈아픈 실책이었다.
방음벽을 설치하기 위해 입주예정자협의회 때부터 시행사에 방음벽을 설치하도록 꾸준히 요구를 했지만 “입주예정자협의회는 대표성이 없다. 대표성이 있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된 후 다시 협의를 하겠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입대의가 구성되기까지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먼저 입주예정자협의회 명의로 시행사에 ‘방음벽 설치 촉구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건축허가를 내 준 가평군청에는 “경춘선 옆에 아파트가 생기면 입주민들이 전철 소음으로 고통받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건축허가를 내준 책임이 분명히 있다. 건축허가 조건에 방음벽 설치를 명시만 했어도 입주민들이 소음으로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 가평군청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건축허가를 내 준 것인가? 직무태만의 책임을 가평군은 분명히 통감하고 방음벽 설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민원을 넣고 입주민들이 서명한 ‘방음벽 설치 촉구 탄원서’를 첨부해 제출했다.
코레일과 철도시설관리공단에는 “어린아이들이 자다 놀라서 깰 정도의 소음으로 인해 어린이의 성장 발육까지 위협받는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적법한 절차로 준공허가가 났더라도 소음 발생의 주체인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은 대책을 마련하라”고 민원을 넣었다.
이렇게 시행사, 가평군청, 코레일, 철도시설공단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민원을 넣으며 해결을 촉구했다.
철도시설공단에서는 “아파트 착공 시 우리 공단과 건축협의를 하지 않았으며, 삼성쉐르빌은 경춘선 복선전철사업 착공(1999년 12월) 이후에 건설된 아파트로서 소음 등 시설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사업시행자가 방음시설을 설치했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답변을 해왔다. 가평군청에서는 “삼성쉐르빌은 건축허가를 내주는 소음 기준인 주간 70㏈, 야간 60㏈ 이하인 55㏈ 정도 소음이었기에 적법한 건축허가였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 답변을 토대로 법적 소음 한도를 찾아보니 “1시간 평균 소음이 주간 70㏈, 야간 60㏈을 넘지 않으면 된다”라고 규정돼 있었다. 국토부 기준이 불합리하게 정해졌지만 이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없어보였다.
가평군에는 소음 측정치를 믿을 수 없어 재측정을 요구했다. 입대의가 입회한 채 재측정한 소음치는 전철이 지날 때 최대 소음이 72㏈로 주·야간 허용치를 모두 넘고 있었지만 1시간에 8대 정도 지나는 전철소음을 국토부 기준대로 1시간 평균소음으로 바꾸면 55㏈ 정도밖에 되지 않아 건축허가를 내주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방음벽 설치 문제에 대한 민원 제기 후 우린 소음 기준치 산정방식과 방음벽 설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게 됐지만 해결 방법은 요원하기만 했다.
그러나 우리의 끈질긴 요구와 ‘사기 분양’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으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으름장 탓인지 입대의가 구성된 후 이뤄진 협상에서 시행사인 대한토지신탁이 “방음벽을 설치해주겠다”라는 최종 답변을 했고, 시행사 담당자의 서명이 들어간 합의서를 받아냈다. 하지만 3개월간의 기나긴 방음벽 설치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성취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는 불과 1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고 기나긴 싸움의 서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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