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관리종사자

 

경기 양주 고읍휴먼시아4단지의 김승열 관리사무소장이 몸에 이상을 느낀 건 정오를 지난 오후 3시 무렵이었다. 단지 순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부터 어지러움이 시작됐고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 간헐적으로 머릿속을 파고드는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일으키자 지면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균형을 잃은 그는 땅으로 고꾸라졌고 관리과장은 급히 119를 불렀다. 병명은 뇌출혈. 그날 이후 그는 몸을 온전히 쓰지 못하고 있다.
김 관리소장은 동료 관리소장들과 배우자의 직장, 지인들이 모아준 위로금으로 병원비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 그나마 뇌혈관의 출혈량이 크지 않아 수술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치료와 재활을 위해 적지 않은 병원비 부담을 겪고 있다. 
서울 노원 상계8단지의 B관리소장은 지난달 28일 일요일 저녁 자택에서 쓰러졌다. 지난 11일을 전후해 의식은 찾았지만 지난 14일까지도 일반병실로 내려오지 못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2주가 넘었지만 면회조차 어려워 상태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최근 뇌출혈로 쓰러진 두 관리소장은 현재까지 자비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관리소장의 경우 상계8단지에서 14년간 근무해왔으며 최근 재건축 관련한 이슈로 평소보다 과중한 업무를 봐왔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김 관리소장은 근무시간에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이들이 만약 산재 신청을 한다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려울 공산이 크다.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지역에서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P관리소장의 경우 한 단지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하며 가족같이 지내던 입주민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지만 일반적인 경우 관리소장이 사고가 아닌 질병으로, 특히 뇌출혈과 같은 혈관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산업재해보상법상 뇌출혈로 산재를 인정받은 사례는 ▲발병 이전 24시간 이내에 정신적,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 초과 또는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64시간 초과 등 만성적인 과로의 누적 ▲업무상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구분된다.
즉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등이 주된 원인이 돼 뇌출혈이 발병했다는 의학적 소견이 뒷받침 돼야 산재 승인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뇌심장혈관질환에 대한 산재 인정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승인율도 지난해 기준 22.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근무 중 사망한 관리소장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의 지급을 구한 소송에서도 법원은 관리소장 업무와 급성심근경색 간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관련기사 제936호 2015년 7월 1일자>
김 관리소장은 “빨리 회복해서 단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담당 의사는 회복까지 빠르면 3개월, 길면 6개월의 시간을 언급했지만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마음이 급하다. 

한편 김 관리소장의 소속회사인 (주)한빛관리는 “이 상태에서 김 소장이 다른 곳에 취업하기도 어렵다. 그 사람을 버릴 수 없다”며 “걸을 수만 있다면 다시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윤명환 상무는 “김 관리소장은 지금까지 잘 해왔다. 회복 가능하리라 본다”며 김 소장이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안심시켰다. 

<태룡에스디 김주형 대표가 B관리소장 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있다>

B관리소장의 소속회사인 (주)태룡에스디도 지난 10일 B관리소장의 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며 격려했다. 김주형 대표이사는 “태룡에스디가 해당 단지의 관리를 맡은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4년간 단지와 입주민을 위해 힘써준 B소장의 노고에 대한 감사하며 쾌유를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금을 준비했다”며 “본사 모든 임직원이 B관리소장의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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